라틴아메리카 단편선
내 동료는 오늘 석방된다. 그의 출소는 내 목숨을 앗아갈 것이다. 내일 내 차가운 몸은 천천히 의무실로 옮겨질 것이고, 피부색은 혈관에서 피가 모자라다는 것을 보여줄 것이다. 나의 적들은 꼬챙이로 나를 여러 번 쑤시고, 내 죽음을 확인하기 위해서, 또 내가 천천히 죽어가는 것을 보며 한층 더 복수를 즐기기 위해 마지막 피 한 방울까지 흐르도록 내버려 둘 것이다. 아무도 감히 나를 도와달라고 교도관들을 부르지 못할 것이다. 나 같은 꼴 당하기 싫어서 모두가 윗대가리들의 결정을 존중할 것이다.
에드문드 파스 솔단의 ‘원격 사랑’은 1996년 칠레에서 발간된 유명한 단편집 『마콘도』에 실린 작품으로 그중에서 가장 뛰어난 작품으로 평가받았다. 편지와 단편을 결합시킨 구조, 현실과 허구의 경계가 불분명한 메타픽션의 유희 속에서 화자인 주인공의 이중인격이 드러난다. …파스 솔단은 “작품이 혼란스럽다면 나쁘지 않은 일이다. 이는 독자가 내 허구 세계에 빠져들어 허구를 진실처럼 받아들였다는 것을 뜻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클라우디아 마시아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