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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Dec 02. 2020

나무의 시간

『나무의 시간』, 김민식, 브레드




“카멜리아가 동백이란 뜻일까?”

제주 카멜리아 힐을 나오면서 물었을 때 친구들은 그런 것 같은데... 라고 말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라’를 우리는 ‘춘희’라 부르기도 한다. 일본식 한자 ‘춘희(椿姬)’가 동백 아가씨다. 라 트라비아타는 뒤마의 소설 『카멜리아 레이디(동백꽃을 든 여인)』를 각색한 오페라다. 동백나무는 17 세기 체코슬로바키아 선교사 케멜이 동아시아에서 수입해 유럽에 전파했다. 동백나무의 영문표기인 '카멜리아 Camelia'는 '케멜 Kemell'의 이름에서 유래했다.

우리는 일상을 무심하게 보고, 듣고, 흘려보낸다. 아파트 정원의 상수리나무, 신갈나무, 떡갈나무, 졸참나무를 뭉뚱그려 ‘참나무’라 부르듯.


김민식의, 『나무의 시간』을 읽고 아파트 정원을 바라보니 나무가 달리 보였다. 감나무가 주홍색 까치밥을 소복이 매달고 있다. 안쪽에 검은 무늬를 지닌 먹감나무는 장이나 문갑을 만드는 귀한 재료로, 피라미드에서 나온 검은 나무 조각 아프리카 감나무 과 흑단은 비중이 '1' 인 인류 최고의 나무라나.

과실을 맺는 나무는 단단하지만 작고 비틀어져 재목으로 쓸 수 없다니, 나무가 사람 같다는 생각도 든다.


잎을 떨군 나무일수록 본래 자태를 잘 드러낸다고 저자는 호크니의 그림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2007)을 보여준다. 나무는 겨울에 제대로 보인다.



호크니, ‘와터 근처의 더 큰 나무들’(2007)



로마인들은 지중해 해변에서만 자라는 측백나무의 이름을 사도 바울이 로마 전도 여행을 오가며 머물던 섬, 키프로스 Cyprus에서 빌려와 사이프러스라 불렀다. 고흐의 그림에서 사이프러스 나무를 삼나무로 번역한 걸 보고 의아했다.

일본의 편백나무, 히노끼도 모두 삼나무 과다. 간도 독립운동을 배경으로 쓴 김연수의 책, 『밤은 노래한다』에도 삼나무가 등장한다. ‘삼나무 높은 우듬지까지 올라가 본 까마귀, 다시는 뜰로 내려앉지 않는 법이지’  


나무는 같은 과로 분류되어도 대륙과 지역에 따라 그 모양새, 심지어 특성도 달라 다른 종류로 보이는 것이 많다. 북미 대륙의 온갖 나무는 종류가 같아도 아시아, 유럽의 나무보다 일단 크다.



액상 프로방스의 사이프러스 나무



한국 잣나무를 외국에선 흰 소나무(white pine)라 부른다.

“잣나무? 에이 그런 잡목은 물러서 못 써요.”

이런 말 앞에서 사실도, 이성도 힘을 잃는다.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나무란 없다. 비싼 나무가 있을 뿐이다. 단단한 나무가 좋고 무른 나무가 나쁜 것도 아니다. 각자 쓰임이 다를 뿐이다. 단단한 소나무는 뜨거운 방에서 뒤틀리고, 서랍으로 여닫지 못한다. 가구는 재질이 무른 오동나무가 제격이다. 딸이 열 살 무렵이면 오동나무는 훌쩍 자라 있다. 전주 집창촌 귀퉁이 설치 미술 공간에 오동나무를 심었다니, 듣는 이 가슴도 애잔해진다.


참나무란 참나무 속에 속하는 여러 나무의 공통 명칭이다. 한 마디로 도토리가 열리는 나무는 다 참나무다. 흥미로운 건 우리나라와 그리스의 참나무 비교다. 아시아 대륙의 동쪽 끝, 우리나라에서는 이 나무를 참나무라 부르고 그리스에서는 쿠에르쿠스Quercus(‘참, 진리’라는 뜻)으로 부른다. 참, 진리라 불려 온 성스러운 나무 참나무야 말로 인류의 당산목이 아니겠냐고 저자는 묻는다.




강의를 하러 간 회사에서 저자는 이 그룹이 세계 1위인 분야는 다른 게 아니라 선대 회장이 가꾸어 온 인등산이라 말한다. 최종현 전 회장은 오지의 산에 활엽수를 50년간 심었다.  


가다가는 세우고 돌아서서는 또 세웠다. 산길이 미국의 애팔래치아보다 더 가팔랐다. 이 오지 악산에 후딱 자라는 속성수가 아니라 활엽수를 심었다. 놀라운 선택이다. 참나무 가래나무 자작나무 등 활엽수의 뿌리는 땅 밑으로 깊고 깊게 자리 잡는다. 활엽수는 뿌리가 깊은 나무다.

"1500만 평 숲은 물의 저장고입니다. 이 숲이 댐 몇 개의 수자원을 가지고 있는지 계산해 보시기 바랍니다. 나무는 이산화탄소와 물 햇빛만으로 성장하고 숲은 산소를 뿜어내는 공장입니다. "


“참나무는 20년은 되어야 비로소 열매를 맺기 시작한다고 하네(…) 요즘 같은 세상에 20년이 지나야 열매를 맺다니… 그때 생각했어. 이렇게 약하고 어찌 보면 느린 나무에게 참이란 이름을 붙인 우리 조상들을 말이야.”

-공지영,『높고 푸른 사다리』


나무를 재료로 잘 차려진 식탁에 동백나무 하나로 식사 마칠 때까지 이야기를 이을 수 있는 저자와 마주 앉아 음악, 미술, 문학, 건축, 디자인, 자연과 환경을 주제로 시공을 넘나드는 대화를 나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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