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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Dec 08. 2020

땅콩버터와 후무스

색다른 음식 만들기



코로나 신이 새로운 음식 문화로 이끌었는지 한 달 전에는 땅콩버터를, 어제저녁에는 후무스를 만들었다.


땅콩버터를 별로 좋아한 적이 없다. 초등학교 다닐 때 친구 생일 파티에서 땅콩버터를 처음 봤다. 친구 아버지가 당시 공군 대령이었다. 그곳에서 땅콩버터와 딸기잼 바른 크래커를 먹었다. 맛있다기보다는 낯선 음식이었다. 이후 가끔 땅콩버터를 샀지만, 잘 먹지 않아서 유통기한을 넘겨 버리기 일쑤였다. 그런 내가 땅콩버터를 만든 건 지난번 모임에서 중국에서 잠시 살다 온 친구가 계속 땅콩버터 이야기를 해서다.


-너무 맛있어요. 한 번 만들어 보세요.

-어떻게 만들어요?


땅콩버터를 집에서 만들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땅콩, 올리브유, 꿀. 믹서에 갈면 돼요. 믹서가 좀 힘들어해요.

다행히 내겐 좋은 믹서가 있다. 거금 들여 사느라 배 아팠던.


한 번 만들어 볼까?  


옆에서 듣던 친구가 부추겼다.

-좋은 믹서 있으면 만들 텐데. 난, 믹서가 없어서 못 만들지. 만들면 꼭 나눠 줘.


그래서 만든 땅콩버터는 딱 세 병이 나왔다. 딸이랑 아들 한 병씩 주고 우리 먹을 거 남기니, 친구 줄 게 없었다. 변명하자면 그녀를 당분간 만날 기회가 없었고. 솔직히 말하자면 팔이 안으로 굽어서다. 다음에 만들면 나눠 줄 지 모른다. 계속 그녀가 생각나니까.



어제 500그람 들이 땅콩버터 병 바닥을 숟가락으로 긁었다. 집에서 만든 땅콩버터는 은근히 중독성이 있었다. 딸은 콩나물 무침 사진을 보냈다. 함께 사는 조선족 할머니가 땅콩버터 넣어 버무렸다며. 콩나물과 땅콩버터라니. 음식 조합이 신기했다. 중국인들은 땅콩을 좋아하고 즐겨 먹는다. 남편이 화교인 친구네 집에는 식탁에 늘 땅콩이 놓여 있다.





후무스는 궁금해서 만들어 보고 싶었다. 레시피를 몇 개 검색해서 가장 간단한 걸로 따라 했다. 저장성이 낮아서 한 병 만들려 했는데 어쩌다 보니 네 병으로 불어났다.


병아리 콩, 올리브유, 레몬즙, 깨, 마늘, 소금이 들어간다.

불린 콩을 삶아 모든 재료와 함께 믹서에 넣고 갈면 된다. 간단하지 않은가. 눈 감고도 만들겠네.


소금을 넣을 때 잠깐 생각이 스쳐 갔다. 어째 좀 많은 것 같은데… 어어, 하다가 모두 넣고 말았다. 맛을 보고 기함했다. 티스푼을 테이블스푼으로 읽었다. 레시피에 집착하면 음식을 망친다.


나는 전심전력을 다해 후무스를 살리려 노력했다. 삶아 놓은 콩을 넣고, 넣고, 넣고, 또 넣었다. 맛보고, 맛보고, 맛보고, 또 맛봤다. 비싼 믹서도 숨이 차는지 버벅거렸다. 결국 냄비 한가득 삶아놓은 콩을 모두 넣었더니 그제야 짠맛이 가셨다.

나란히 병에 담긴 후무스를 바라봤다. 일주일 내로 먹어야 할 텐데. 이걸 어떻게 해치우나.


후무스 아니? 먹어볼래? 그게 뭐냐고? 이게 중동 음식인데. 병아리 콩을 종일 불린 후 푸욱 삶아서….

저녁내 집집이 전화했다. 어떻게 먹어야 하는지도 설명하면서.


밤에는 오랜만에 단잠 잤다. 지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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