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까지 우아하고 품위 있게
삶과 죽음이 끝없이 반복되었다. 죽을 운명인 것처럼 보였던 목숨이 구조되었다. 소뿔에 받혀 내장이 쏟아져 나온 어느 노인이 수건으로 창자를 감싼 채 걸어 들어왔다. 그는 수술실로 들어갔고 상처를 봉합했으며 일주일 뒤에 집으로 돌아갔다. 이것이 의학의 진정한 승리다. 비싸거나 화려할 필요가 없다. …모든 인간은 기초 의료 서비스를 받을 자격이 있으며 치료 시점에 모든 시민이 무상으로 기초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지 못한다면, 어떤 나라건 진정한 문명국이라고 자처할 수 없다. 어느 나라에서 나이가 아주 많은 노인들이 중환자실에서 인생을 마감하고 있을 때, 다른 나라에서는 어린아이가 말라리아로 죽어가고 있다면 근본적인 뭔가 잘못된 것이다. 68P
장기 치료 노인 의학 병동에서도 환자의 회복에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의료진의 성격이다. 심지어 심각한 치매를 앓는 환자들조차도 유머를 이해한다. 말 못 하는 아기가 배에 숨을 불어 방귀 소리를 내면 즐거워하는 것처럼. 브랜다는 남자 환자에게 맥주 한 병을 주곤 했고, 흡연자들을 정원으로 데려가 담배를 피울 수 있도록 담요를 덮어 주었다. 118P
현대 의학의 많은 부분이 우리 사회의 가장 약하고 나이 많은 이들 이미 생기를 잃은 이들에게서 목숨의 한 방울까지 쥐어짜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죽음이 몇 달 남지 않은 사람들, 삶을 의미 있게 연장할 가능성이 없는 사람들. 품위 비슷한 것을 전혀 찾아볼 수 없는 이들이 복잡하고 힘든 치료에 지배당하고 있다. 치료할 수 있다고 반드시 치료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질병은 무거운 짐이며 치료도 무거운 짐인 데 둘 사이에 균형이 필요하다. 40세 환자가 견딜 수 있는 치료가 80세 환자에게는 고문이나 다름없을지 모른다. 나이 많은 사람들을 상대하는 의료라면 사람들의 삶에서 가장 중요한 것에 집중해야 한다. 이것을 새로운 우선순위로 삼아야 한다. 214P
80대 후반인 맥켄지는 집에 없었다. 이웃이 그가 사냥하러 갔으니 며칠 동안 돌아오지 않을 거라고 말해주었다. 그 순간 노년은 이렇게 보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잘할 수 있고 즐거움을 느끼는 일을 하면서. 신체적이고 정신적인 어떤 활동을 하면서 말이다. 45P
수염을 잔뜩 기른 노인이 거대한 가위를 들고 있다. 노인은 작고 벌거벗은 몸으로 눈물을 흘리는 아이의 날개를 자르고 있다. 이 그림은 젊은이들을 보호하는 것이 우리의 의무임을 냉혹하게 깨우쳐준다. 286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