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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Feb 22. 2021

매력뿜뿜 채소 전골

동물성 식단 줄이기


 

동물성 식품 섭취를 좀 줄여야겠다고 생각하던  문숙의 요리 방송을 접하게 됐다. 오래전 그녀의 요리책을 보고 우엉 연근 밥을 만든 적이 있다. 대부분 가정에서 우엉과 연근은 간장에 조려서 밑반찬으로 먹는 식재료다. 우엉과 연근, 빨간 당근을 깍두기 크기로 썰어 넣고 밥을 지어 간장에 비벼 먹었다. 흔한 식재료의 변신이 무척 신선했다.


새로운 음식에 나는 호기심이 많은 편이다. 맛을 보며 여기엔 뭐가 들어갔구나 짐작하고, 며칠이 지나 눈에 아른거리면 흉내 내서 만들기도 한다. 인터넷으로 검색하면 상세하게 가르쳐 주니 누구나 마음만 먹으면 요리를 할 수 있다.

 지난번에 바지락으로 국을 끓이려 했더니 객지 생활 15년 차인 아들이 바지락 술찜이 어떻겠냐고 했다. 라면만 끓이더니 이젠 할 줄 안단 말이지?


딸기와 사과만 잼의 재료가 되는 건 아니다. 귤이나 토마토가 시들해져 굴러다니면 실험 삼아 잼을 만들어 본다. 이런 재료로 잼을 만들면 오래 보관은 안 되지만 의외로 맛이 신선하다. 후무스가 뭐지? 궁금해서 병아리 콩을 사고, 만드는 법을 찾다가 비트 무스, 단호박 무스를 만들기도 한다. 바이러스 면역력에 사우어 크라우트가 좋다는 기사를 보고는 양배추를 산다. 사우어 크라우트는 일종의 양배추 김치인데 대략 잘라서 손으로 양배추의 세포가 부서질 정도로 치대면 된다. 2퍼센트의 소금만 넣고. 치댄 손바닥이 빨갛게 되면 얼추 완성된 거다. 공기 들어가지 않게 꼭꼭 눌러서 깊은 통에 담고 위를 양배추 잎으로 덮는다. 어디선가 본 것 같지 않나? 이건 된장이나 김치를 담을 때의 방식이다. 발효 음식의 마무리는 세계 공통인지 모른다. 복잡 미묘한 맛의 사우어 크라우트는 빵과 잘 어울린다. 냉장고에 넣어두면 잘 상하지도 않는다.


집에서 만든 땅콩버터가  무척 맛있다는 친구의 말에  솔깃해서 뻑뻑한 땅콩을 끙끙대며 갈았더니 믹서가 고장 났다. 저지레(경상도 사투리인데 표준말로 적합한 표현을 찾지 못한다.)의 결과가 늘 만족스럽진 않지만, 새로운 음식을 만드는 건 지루한 일상에 한 줄기 신선한 바람을 쐬는 것과 같다.


요리 솜씨를 자찬하려는 건 아니다. 순식간에 뚝딱 차려내지도 못한다. 오히려 어설픈 편이다. 어떤 친구는 내가 채소를 자르는 걸 보고 음식을 만들어내는 게 신기하다고까지 말한다. 그러니 요리는 나의 특기가 아니라 취미다.


문숙의 요리 방송을 보고 그간 채소를 주 재료로 하는 요리를 몇 가지 만들어봤다. 현미밥이 알갱이처럼 씹히는 묽은 팥죽, 당근과 견과류가 들어간 단호박 수프, 렌틸 통이 들어간 야채수프, 비건 떡국과 채소 전골. 그녀 요리의 특징은 채소와 거친 곡류를 사용하는 거다. 팥죽과 단호박 수프를 만들 땐 욕심을 버려야 한다. 자제하지 않으면 음식이 뻑뻑해지고 맛이 없다.


친구들 카톡에 야채수프를 소개했더니, 우리 나이에는 양질의 단백질을 많이 먹어야 한다는 시큰둥한 반응이 돌아왔다. 그러더니 슬금슬금 한 두 명만들었고, 맛있다며 고마워했다.


쇠고기와 야채가 어우러진 샤브 전골을 좋아한다. 하지만 고기 없이 채소로만 전골을 만든다면… 맛이 어떨까? 이전에 멸치 육수 없이 채소로 떡국을 끓인 적이 있기에 나는 이 메뉴도 믿어보기로 했다.


채소 전골을 만드는 방법은 간단하다. 다시마와 썰어둔 표고를 한 줌 넣어 물을 끓인다. 옆에서 각종 채소를 채로 썬다. 물이 끓으면 양파를 먼저 넣고, 당근, 무, 배추, 단호박 순으로 넣는다. 단호박은 평소에 살짝 삶아 껍질과 씨를 제거하고 손바닥 반 정도 크기로 썰어 냉동해 두면 편리하다. 마지막에 청경채와 방울토마토 자른 걸 넣는다. 야채 넣을 때 이따금 소금을 넣어준다. 소금은 암염과 바다 소금을 섞어 쓰면 맛이 풍성해진다. 

사놓은 두부가 없길래 나는 며칠 전 명절에 구워 놓은 두부를 넣었다. 매력 뽐뿜 채소 전골 완성이다.  


한 숟갈 먹어볼까?





예고 없이 남편이 바깥에서 술을 한 잔 마시고 왔다. 전골이 남았다.


남은 걸 어떻게 할까?

채소 전골은 다음날 점심에 시원, 슴슴, 달달한 야채 떡국이 되었다.


야채 떡국 만드는 법도 간단하다. 국물이 부족하니 다시마와 멸치로 육수를 만든다. 물에 담가 둔 떡을 넣고, 익을 때쯤 채소 전골 남은 걸 넣는다. 마지막 소금 한 꼬집이 이들 재료가 가진 고유의 맛을 살린다. 숟가락을 내려놓을  때까지 떡국 어느 쪽에선 달달한 단호박이, 어느 한쪽에선 시원스러운 무가, 어느 한쪽에선 푹 익어 향기로운 청경채의 맛이 살아 있다.


고기전골은 쇠고기의 감미가 이들 채소의 맛을 모두 덮는다. 무겁고 진한 육수가 채소의 맛을 뽑아 전체적으로 한 종류의 맛을 만든다. 이에 반해 채소 전골은 저마다 채소의 맛이 살아있다. 대장 없는 곳에서 졸병들이 기가 살았다. 저마다 매력을 뿜어낸다. 먹고 나니 속이 편안하고 몸이 가볍다.


채소 전골 사진을 가족 카톡방에 올렸더니 아들은 “맛있겠어요” 하고, 딸은 “엄마, 나는 지금 고기가 아주 많이 많이 고파요” 한다.

그래, 고기도 먹어야지.


#하루하루문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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