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공지능과 인간, 미래와 과거
재익은 다말의 말에 섬뜩함을 느꼈다. 초 단위로 다른 장소에 저장되는 의식. 미래는 우리 죽지 않는 자들의 것이라고 말하는 의식. 자신이 하고 있는 일의 정당성을 의심하지 않고 항상 비정하게 앞으로만 전진해서 번영에 이르게 되는 무서운 의식이 눈앞에 있었다. (…) 인생이라는 잔인한 농담. 우리는 목적도 규칙도 모르고 그 속을 떠돈다. 이제 인간은 패배자다. 더 우월하고 유능한 세력에 부속당하여 수치심을 느끼는 존재가 되었다. p66
이완용은 특정한 개인이 아니다. 이데올로기였다. ‘이완용 패턴’이라고 부를 수 있는 권력 생산의 한 양식이었다.
이데올로기는 특정 파벌의 이익을 국가와 민족의 보편적인 이익으로 위장한다. 그래서 지배 계층의 이권을 공유하기에는커녕 착취를 당하고 있는 종속 계층도 열렬히 집권자를 지지하게 한다.
이 종속 계층은 속고 있는 것이 아니다. 나름의 구체적인 계획과 욕망을 가지고 뭔가를 기대하고 있는 사람들이다. 그들은 이완용이 어떤 사람인지 듣고 보면서도 믿지 않는다. 한 사회의 견고한 자기기만이 이완용을 만들어낸다.
우리는 모두 자기 세계에 갇혀 있다. 사람을 바꾸는 것은 아무 의미가 없다. 대중이 생각을 바꾸어야 한다. 대중이 자기 시대를 넘어 미래를 보아야 한다. P234~235
날탕이란 말은 아무것도 없는 허풍장이라는 뜻이기 때문이다. 날탕을 자처하는 철저한 자기부정, 그래서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밑바닥 인간의 행동 의지가 날탕패 정신이었다. p17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