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슨 매컬리스의 소설
“미스 어밀리어는 천천히 이 이상한 나그네를 물끄러미 바라봤다. 그리고 길다란 손가락으로 꼽추의 등 혹을 가만히 건드렸다. 꼽추는 여전히 흐느끼고 있었지만 조금 안정을 되찾은 듯했다. 밤은 고요했고 달은 여전히 부드럽고 밝게 빛나고 있었지만 점점 싸늘한 기운이 돌기 시작했다. 그때 미스 어밀리어가 좀처럼 하지 않던 일을 했다. 바지 뒷주머니에서 술병 하나를 꺼내어 손바닥으로 병 입구를 쓱 문지르더니 꼽추에게 마시라고 건네준 것이었다. 어밀리어는 외상으로 술을 파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한 방울이라도 공짜로 술을 준다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p21
"그 소도시에는 벙어리 두 사람이 살고 있었다. 그들은 늘 같이 있었고 아침이면 일찍 집을 나와 팔짱을 끼고 일터로 걸어갔다. 두 친구는 서로 매우 달랐다. 언제나 앞장서는 이는 꿈꾸는 듯한 표정의 뚱뚱한 그리스인이었다. 그는 여름이면 노란색이나 초록색 폴로셔츠를 입었는데, 앞자락은 바지 속에 아무렇게나 넣고 뒷부분은 밖으로 늘어뜨렸다. 날씨가 더 추워지면 헐렁한 회색 스웨터를 그 위에 껴입었다. 둥근 얼굴에는 기름기가 흘렀고 눈은 반쯤 감겨 있었으며, 입술은 부드러운 곡선을 그린 채 멍청한 미소를 띠고 있었다. 또 다른 벙어리 한 명은 키가 컸다. 두 눈은 예민하고 지적이었고, 항상 빈틈없이 단정하고 차분한 옷차림을 하고 있었다." p111
“코플랜드 박사에게 필요한 것은 자제력이었다. 지난 한 달 동안 그 어둡고 끔찍한 감정들이 되살아나 그의 영혼과 싸웠다. 며칠 동안 증오가 그를 죽음의 영역으로 침몰시켰다. 한밤중의 방문객. 블런트 씨와의 싸움 후에 그의 내면에는 살인적인 어둠이 드리워졌다. 그러나 지금 그 싸움의 원인이 무엇이었는지 명확하게 기억할 수 없었다. 그리고 윌의 뭉툭해진 다리를 볼 때 그의 속에 또 다른 분노가 일어났다. 사랑과 증오의 전쟁, 흑인들을 위한 사랑과 그들을 박해하는 자들에 대한 증오, 그것이 그를 탈진시켰고 영혼을 병들게 했다.” p4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