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근에 햄버거 가게가 많지만 나는 들른 기억이 까마득하다. 평소에 즐겨먹지 않는 음식이라는 뜻이다.
가게 문을 열고 스르륵 들어가 카운터에 가서 주문하려니 바삐 움직이던 종업원이 눈짓으로 입구를 가리킨다.
“아, 키오스크!”
“도와드려요?”
“아니요, 할 수 있어요.”
모든 기계는 처음에 낯설다. 하지만 단순하게 반복되는 기능이라 숙달되면 누구나 할 수 있다. 익숙해지기까지 연습이 필요할 뿐이다.
그리고 어제.
미장원에서 파마를 하고 나니 한시 반이 지났다. 늦은 점심시간.
혼자 밥 먹기엔 칼국수보다 햄버거가 낫지.
이게 무슨 논리인가 싶지만, 손님 아무도 없을 가게에 들어가 국수 나오길 기다려 후룩후룩 고개 숙이고 면을 흡입하는 모습보단 햄버거 베어 물며 핸드폰 만지작거리는 게 훨씬 여유 있어 보인다.
그러고 보면 늘 하고 싶은 것보다 남의 시선을 중시하며 살아왔는지 모른다. 어느 가게에서도 나를 관심 있게 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인데. 게다가 이 햄버거를 좋아한다. 여기엔 쇠고기 패티에 상추 한 장, 양파 한 조각 외에 아무것도 들어있지 않다. 아무런 소스도 넣지 않는 단순한 맛이 나는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