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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인 Jul 06. 2020

앞으로 뭘 하며 지내지?

비좁은 틈에서 금계국이 꽃을 피웠다



집에만 있는 생활이 반복되자 요일 개념이 없어졌다.


누구를 만나고 어딘가를 다녀와야 기억에 남는데 매일 집에만 있으니 그날이 그날 같다. 신기하게도 일주일이 너무 빨리 지나간다. 약속 없는, 달력에 아무런 표시 없는 이 날들을 마냥 자유롭다고 좋아해야 할지 잘 모르겠다.


쉴 틈 없이 없이 울려대던 ‘카톡’ 소리도 드물어졌다. 열심히 음악을, 좋은 글을 보내주던 친구도 지쳤나 보다. 고요한 시간에 적응이 된 나는 계속 이렇게 살라면 살 수 있을 것 같기도 하다.


매일 규칙적으로 산책을 한다. 그나마 안 하면 너무 답답하니까.


산책하는데 친구가 전화했다. 최근 몇 년간 우리는 문자로 대화했지, 전화를 하진 않았다. 사람 목소리를 듣고 싶은 친구의 전화를 나는 한 시간 가량 걸으며 받았다. 나도 전화를 끊기 싫었다.


친구는 화초를 잘 키운다. 시들시들한 나무도 친구 집에 가면 금방 살아난다.


“다육이를 키우고 있어. 두 개였는데 어느새 열 개가 넘었어.”


친구의 꿈은 정원이 있는 집에서 사는 거다.


예전에는 주위에 그런 바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주택으로 이사 가는 붐이 불기도 했다. 주택에서 살던 이들은 시간이 흐르자 다시 아파트로 돌아왔다. 춥고, 관리하기 힘들다는 게 이유였다.


친구는 그동안 집을 보러 다녔다. 남편이 퇴직해서 방을 한 칸 차지하고 있는데 이상하게 숨이 막혀 정원이라도 드나들며 살아야 겠다고 했다. 우리는 어느 동네는 멀어서 안 되고, 어느 동네는 비싸서 못 사고 이런 이야기를 한참 주고받았다.


혹시 아기를 봐주러 들락거려야 할지 모르니 도심에서 너무 멀면 곤란 해. 나이 들면 운전이 힘들어지니 슈퍼와 병원이 멀어안 돼. 잘 가꾼 정원도 봐줄 사람이 없으면 시들해지니 친구들이 드나들 만한 거리여야 .

그러니 구하기 힘들 수밖에.


친구는 꿋꿋이 집을 구하러 다니겠다고 했다. 가만히 보니 이게 코로나 시대에 친구의 바깥나들이 명분이자, 목표가 된 것 같았다. 나는 푸른 수국을 배경으로 앞치마를 입고 가위를 든 그녀를 떠올렸다.




지난주에 오랜만에 놀러 온 후배는 뭔가 돈을 벌 수 있는 일을 하고 싶다고 했다.

그날 우리는 떡볶이 집을 차렸다가 배달음식 전문점을 여럿 거쳐 마지막에는 유명한 시골 보쌈 집 옆에 땅을 사서 테이크아웃 커피 집을 차리기로 결정했다. 다음날 전화한 후배는 아무래도 그 땅이 입지가 나쁠 것 같다며 장어탕 장사로 방향을 틀었다.

추어탕과 장어탕은 무엇이 다른가, 우리는 한참 동안 요리법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눴다. 후배는 앞으로 뭘 하게 될지 잘 모르겠다.





친구가 카톡방에 그간 키운 다육이 사진을 올렸다. 그러자 완성하지 못하고 미뤄 뒀던 퀼트로 이번에 쿠션을 만들었다는 친구도 사진을 올렸다. 손자를 돌보느라 서울을 오르내리는 친구는 나만 그동안 한 게 없네, 했다.


강변 산책로에 금계국이 활짝 피었다. 신기하게 길 양쪽에 나란히 있는데, 왼쪽 화단에서 자란 건 꽃을 피우지 않았고 오른쪽 시멘트 난간 비좁은 틈에서 자란 것들은 일찌감치 꽃을 피웠다.

환경이 열악할수록 나무는  일찍 꽃을 피우고 많은 열매를 맺는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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