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준의 「선릉 산책」
한두운은 나를 빤히 봤다. 기분 탓일까.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 그의 얼굴에서 어떤 반응이 비쳤다. 여차하면 놓칠 뻔한 작은 미소가 고요히 떠올랐다 빠르게 사라졌다. 이 생각은 스스로 생각해도 상당한 비약이지만 나는 그가 내 마음을 꿰뚫어 본 다음에 웃은 것이라는 근거 없는 판단을 했다. 응답하는 눈빛이랄까. 그런 생각이 들자 기분이 좀 이상해졌다.
그에게 어두운 감정을 내비친 나에 대한 희미한 수치심이 마음속에 피어나는 것이 느껴졌다.
파피용.
나는 고개를 들어 그를 쳐다봤다. 조금 어이가 없어서 헛웃음이 났다. 발음이 너무 좋았던 것이다.… 나는 주먹으로 내 오른쪽 광대뼈를 툭, 때려봤다. 나도 모르게 아, 소리가 날 정도로 정말 아팠다.
그는 뒷걸음을 치며 내 뒤로 숨었다. 그가 느끼는 두려움이 어깨와 팔에 흡수되듯 고스란히 전해졌다. … 한두운은 그것이 무척 마음에 들었던 것 같다. 한참 동안 뚫어지게 나를 쳐다보더니 대뜸 내 손을 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