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광준 지음, 을유 문화사
살아온 시간을 담은 흔적은 원래대로 남겨져야 실감 나는 법이다. 흩트려지고 덧칠될수록 변형의 의구심을 떨치기 어렵다. (…) 현재가 과거의 흔적에 끼어들어 새로운 쓰임을 만들어 내는 일이 중요할 뿐이다.
손을 잘못 대면 돌이키기 어려운 과거의 흔적은 가장 신경 써야 할 부분이었다. 원형의 보존과 현재의 용도를 모두 충족시킬 방안을 찾아야 했다. '기존 건물에서 남길 수 있는 것은 빠짐없이 남겨달라.' (…) 건축주의 의지는 애원처럼 간절했다. 원형이 사라지면 기억도 지워지는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