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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e Aug 11. 2016

어디까지가 '나'인가

프랑켄슈타인 수술

이탈리아 의사의 주도로 머리를 통째로 이식하는 수술이 있을 예정이라고 한다.


http://news.naver.com/main/read.nhn?mode=LSD&mid=shm&sid1=105&oid=081&aid=0002744862


SF적인 아이디어로 치면 새로운 건 아니지만 문제는 이런 수술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는 사실이다. 의학적인 문제야 젖혀두고라도 뉴스 본문에서도 언급하고 있지만 윤리적인 문제가 가장 논란이 될 것이다.


미국의 철학자 브루스 오운은 <형이상학, 1985>에서 위의 뉴스 내용보다 훨씬 더 나아간 문제를 언급하고 있다. 일종의 사고실험(Thought Experiment)이다.


a. 철수가 사고를 당해 뇌만 빼고 신체의 모든 부위가 사망(?)했다. 그런데 철수의 뇌는 일반인들보다 훨씬 커서 통째로 다른 사람의 두개골 속에 이식할 수가 없다. 그래서 의료진은 칠수의 뇌를 몇 부분으로 나누어 각기 다른 몇 사람들의 두개골 속에 이식했다. 이제 그 몇 사람들이 깨어났다. 그들은 여러 명의 철수인가?


b. 철수가 어떤 계기로 방사능같은 것에 오염되어 몸이 이중 분열(한 개체가 동일한 둘로 나누어짐)되었다. 철수1과 철수2는 그야말로 육체적, 정신적인 모든 측면에서 동일하다. 자, 누가 진짜 철수인가?


위 a, b의 사례를 뒤섞으면 더 많은 사례도 가능하다. 오운이 묻는 것은 이것이다. '그 다양한 사태 가운데 누구를 지목하여 철수라고 말할 수 있는가'

오운의 결론에 따르면 그 모든 경우에서 누구를 딱 지목하여 철수라고 부를 명확한 근거 따위는 찾을 수 없다. 더군다나 누구를 철수라고 불러야할 '올바른' 경우도 없다. 이런 결론은 무엇을 함축하는가. 인간의 동일성, 혹은 정체성이라는 문제는 어쩌면 허깨비 같은 것일 수도 있다는 사실이다.


10년전, 5년전, 어제, 그리고 오늘, 철수를 구성하는 많은 요소들은 끊임없이 바뀌었다. 10년 전의 철수와 지금의 철수는 생각도, 모습도 완전히 바뀌었다. 그럼에도 여전히 철수를 철수이게 하는(동일성) 요소는 무엇인가. 오랜만의 동창회에서 누구는 철수가 예전 그대로라하고 누구는 많이 바뀌었다고 한다. 누구의 말이 진실인가.


그 누구의 말도 진실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그들이 거짓말을 하는 것도 아닐 것이다.

철수는 고정된, 영원불변의 실체가 아니다. 이 문제를 두고 고대 인도의 철학자들, 불교철학자들이 불꽃튀는 논쟁을 벌였고 저술들이 전해진다. 철수를 철수이게 하는 것은 무엇인가. 과연 그런게 있기는 한건가. 철수의 자리에 x를 대입하면 저 질문은 이 세계의 모든 존재들의 존재방식에 대한 질문임이 드러난다. x는 무엇인가, x를 x이게 하는 요인은 무엇인가. 그 요인은 '영원'한 것인가...


부처님이 세상에 오셔서 싸웠던 문제가 바로 이것이다. '영원불변'한 무엇이 있다는 주장. 그것이 진리이든, 신이든 그런 것이 저 지고한 곳에 있다는 주장들, 부처님은 그런 주장들을 부인했다. 플라톤의 이데아적 실체와도 유사한 이 우파니샤드의 범우주적 불변의 실체들, 부처님은 그런 것들이 존재한다는 주장들과 싸웠다. 이러한 부처님의 가르침도 불교내에서 또 오해를 낳았고 다양한 분파들이 생겨났다... 암튼, 아래를 참조.


https://brunch.co.kr/@browne/99


철학자들의 사고실험으로만 그쳤던 것들이 점점 현실로 구현되고 있다. 이제 저런 문제는 더 이상 전통 철학의 영역에서 물러나 다마지오나 라마찬드란 같은, 철학적 훈력으로 무장된 신경과학자들이 사고실험이 아닌, 실제 실험으로 재현하고 있다. 철학자들은 어째야 하는가. 하지만 아직은 그들이 숟가락을 놓을 일은 없을 듯 싶다. 그들은 끊임없이 그 모든 것들의 의미를 물어야 할테니까... 이 모든 것들의 의미를.


이 우주에 깃든 모든 의미들이 밝혀지고 나면 진정한 의미의 철학은 종식되지 않을까. 노노노, 여전히 의문은 남는다.


모든 것들의 의미가 밝혀졌다는 것은 무슨 의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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