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깨비

이 삶을 당기는 힘(2)

내가 땅이면

너는 꽃이고

내가 하늘이면

너는 별이다

내가 어둠이면

너는 빛이고

내가 악이면

너는 선이다

사랑아,

내가 죽음이면

너는 삶이고

내가 순간이면

너는 영원이다

떠나려는 나를 네가 당겨

나는 못 이기고 너의 방향으로 떨어지는데

그게 물리학이라고 시인의 책에는 씌여있었다

혼자 견딘 시간은 광활했고

내내 죽음이 손짓했다

숱한 생애들이 스쳐가는데

나는 그 자리에 남아

모두를 떠나 보냈다

그렇게 이 삶을 살았다

그러다

어느 날이 좋은 날

네가 내게로 왔을 때

비로소 이 삶은 끝날 것이지만

나는 한 생애만 더 살고 싶었다

그리고 깨달았다

죽음의 원수는 삶이 아니라 사랑인 것을

사랑이 아니면

불멸은 형벌이고

이승도 지옥인 것을

그러니 사랑아

너는 거듭 생애를 건너

쓸쓸한 내게로 오라

나 또한 이승과 저승을 건너

비가 되어

첫눈이 되어

네게로 가겠다

처음이자 마지막인

나의 신부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