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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e Mar 05. 2016

무엇이 인간인가

인공지능, 인간, 인간성..

'튜링 테스트'라는게 있다. 칸막이 너머 누군가에게 질문을 하고 대답을 듣는데 그 대답을 쭉 듣고 보니 대답하고 있는건 사람이다, 이런 결론을 얻었다면 칸막이 너머의 대상은 튜링 테스트를 통과(합격)한 것이다. 즉, 칸막이 너머에 있는게 사실은 컴퓨터였는데 질문자가 그 대답을 듣고 사람으로 판정했다면 그 컴퓨터는 튜링 테스트를 통과한 것이다. 이 아이디어가 최초로 구현된 영화가 바로 저 위대한 영화 <블레이드 러너>이다.


'인간이란 무엇인가'라는 질문은 불편한 질문이다. 호모 무슨무슨 쿠스, 하는 말들이나 '인간은 이성적 동물이다(정말??)'라는 아리스토텔레스 류의 정의들을 무수히 제출한다고 해도 저 질문이 쉽게 풀릴 것 같지는 않다. 우선, 저 질문을 왜 하는지도 아리송하다. 고양이는 고양이고 개는 개다. 인간도 인간이다. 끝... 아닌가.


질문을 바꿔보자. '인간을 인간이게 하는건 무엇인가' 내가 생각하는 정답은 '인간성'이다. 하지만 질문은 다시 그럼 인간성이란 무엇인가, 로 바뀔 뿐  얻어지는 건 여전히 없다. '인간성'은 '인간다움'과 비슷한 뉘앙스를 가지는게 아닌가 싶다.


<블레이드 러너>의 끝장면, 복제인간(레플리컨트) 로이가 천천히 죽어가던 장면을 기억하는지(인간이 아닌 존재에게 '죽음'이란 용어를 쓰는건 일종의 농담이겠지만)


난 네가 상상도 못할 것을 보았지.

오리온 전투에 참가했었고 탄호이져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도 보았지.

그 기억이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인간 아닌 존재가 만약 인간성을 얻었다면 그 존재는 인간으로 대접받아야 할까. 거꾸로 어떤 인간이 인간성이 전혀없다면 그 인간은 인간이 아닐까. 공자님 식으로 말하면 인간다와야 인간일 것인데 인간다움(인간성)은 도대체 무엇인가. 그러니까, 어떤 존재가 인간답다면 그걸 인간 공동체의 일원으로 승인해야할 것인가.


자신의 소멸을 두려워하고, 기쁨과 슬픔의 무수한 단편들, 그런 기억들의  총합이 곧 자기 자신이라 믿을 때, 타인을 위한 희생의 의미를 알고 그것을 과감히 결행할 때, 그런 존재를 과연 인간성이 없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리고 인간성을 지닌 그 존재를 인간공동체에 받아들이지 말아야 할까.


참고로, 마음의 유무를 가지고 인간을 판단 할 수는 없을 것이다. 개도, 고양이도 모두 마음이 있기 때문이다. 인간의 마음을 가져야 인간이다, 고 말한다한들 여전히 '인간의 마음이란 무엇인가'라는 강력한 질문이 버티고 있다. (저 질문 자체는 지난 세기 미국을 중심으로 전개된 심리철학의 주제였다.)


나중에는 버전업된 튜링 테스트가 나와서 인공지능이나 인조인간이 인간성 테스트를 통과하는 날이 올 수도 있지 않을까. 이런 문제에 비하면 인간과 컴퓨터의 바둑 대결은 아주 단순한 문제이긴 하다.


그래도 당장은,


이세돌 화이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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