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owne Mar 07. 2016

이름과 자리, 세상의 질서

옛 사람들의 생각

우리가 흔히 사용하는 말 중에 '명분(名分)'이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분해하면 이름(名)과 자리(職分)로 나누어진다. 임금이라고 이름하는 이는 임금의 자리에 있고 신하라고 이름하는 이는 신하의 자리에 있는 것이 이름과 직분의 상응, 곧 명분이다. 옛 사람들은 그렇게 자기 이름에 합당한 자신의 자리에 있는 것 - 임금은 임금의 자리에, 자식은 자식의 자리에, 바위는 산에, 고래는 바다에 있는 것 - 그것이 바로 정치와 윤리, 더 나아가 세상의 질서라고 보았다. 그것이 또한 '정명(正名)'의 의미다.


그러므로 그들에겐 인간의 질서와 자연의 질서는 연장선위에 있는 것이어서 결코 둘이 아니었다. 철학적으로 표현하자면 천도(天道)와 인도(人道)가 하나의 원리를 가지고 있다는 것이 성리학을 정초한 사람들의 생각이었고 그들은 그로써 불교를 뛰어넘는 형이상학을 구축함과 동시에 정치철학과 윤리학, 심지어 자연학을 한덩어리로 설명할 수 있는 프레임을 완성했다.


<논어>에 나오는 '군군 신신 부부 자자(君君 臣臣 父父 子子)'라는 말은 그런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그런 자기 자리를 벗어나서 타인과 나 사이에 그어진 경계선을 넘어가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말하는 '범하다'이다. 타국의 국경선을 넘어가고, 남의 부녀자의 방문턱을 넘어가고, 죄책의 선을 넘어가는 것(범죄), 그 모든 것을 우리는 '범한다'고 말한다. 그래서 '~을 범한다"는 말은 '~의 선(線)을 넘는다'는 말과 동의어이다.


호랑이는 산에,

고래는 바다에...
매거진의 이전글 무엇이 인간인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