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browne Mar 12. 2016

인공지능이 사람처럼 될 수 없는 이유

그런걸 만들어 뭐하게?

곧 인공지능이 인간을 위협하고 지배하는 세상이 오지 않을까 두려워들 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에 떠는 호들갑이리라.


인공지능이 인간처럼 될 수 없는 이유를 꼽아 보자면,


1. '인간처럼 사고하고 행동한다'는 말의 뜻을 다시금 생각해 보자. 인간은 과연 어떻게 사고하고 행동하는가.

나 자신을 곰곰히 돌아/생각해보면 된다. 망설이고, 고민하고, 눈치보고, 우유뷰단하고, 착각하고, 우쭐하고, 금방 소심해진다. 어제 다이어트를 결심했는데 오늘 치즈케잌 앞에 굴복한다. 온라인 쇼핑몰에서 100원 할인받았다고 좋아한다. 할 일 없이 멍때리고 있다가 무얼했는지 또 깜빡한다. 이게 인간이다. 이런 기계를 만들고 싶은가. 만들어서 뭐하게. 나같은 기계를 무수히 만들어 보았자 다 시간낭비, 돈낭비일 뿐이다. 스펙을 보고는 살 사람도 없을 것이다. 도무지 쓸 데가 없다.


2. 그런 모든 단점이 제거된 기계를 만들면 되지 않느냐고 말하겠지만 이미 그 상황이 되면 인간적이란 말은 더 이상 쓸 수 없다. 인간의 모든 단점이 제거되고 장점만 극대화된 기계 - 모든 판단과 행동에 있어서, 심지어 도덕적 판단과 행동에 있어서도 최고/최적의 판단을 하고 행동한다면 그건 이미 인간일 수 없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서 문제는 과연 '최고의 판단'이 무엇이고 그걸 누가 판정한단 말인가. 그 기준은?


그리고 사실 인간의 모든 단점을 제거하고 나면 결과적으로 쓸만하게 남는 것도 거의 없을 것이다. 단점과 장점은 동전의 앞뒷면처럼 붙어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단점만 제거한다고 하지만 결과는 어린애 씻은 물을 버리면서 어린애를 같이 버리는 꼴이 될 것이다.


3. 기계가 오작동을 일으켜 인간이 의도하지 않은 방향으로 움직이고 결국 터미네이터의 스카이넷이 되어 인간들을 공격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한다는 사실만 보아도 인간은 단순하고 감상적인데 이렇게 단순하고 감상적인 기계를 뭐하러 또 만드나. 그런 인간들은 나를 포함해서 내 주변에 널렸는데.


4. 교통사고가 두려워 자동차를 더 만들지 말자고 말할 수 없다. 인간이 기계문명의 노예가 된 것은 사실이지만 그렇다고 지금 기계가 인간을 지배하고 있는 것도 아니다. 인간을 지배하는 것은 여전히 인간이다. 우리는 공장을 쳐들어가 기계를 부수는 대신 사장의 집무실로 쳐들어가 멱살을 잡는다.


결국 그 모든 기우는,


SF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이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그걸 왜 봐야 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