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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rowne Mar 13. 2016

네트워크, 휴먼 리소스, sns...

그게 다 뭐냐

나는 사교적인 사람이 아니다. 게다가 직업적으로든 사적으로든 무슨 인적 네트워크니, 인맥이니 하는게 있지도 않고 필요하지도 않다. 물론 친구들도 있고 이러저러 아는 사람들은 있지만 그걸 무슨 네트워크니 인맥이니 하며 부르고 싶지는 않다. 그건 그게 아닌 것 같다.

나의 근거없는 선입견에 따르면 네트워크나 인맥같은 건 비즈니스, 혹은 개인의 발전/성장 등을 염두에 두는 측면이 강할텐데 나의 네트워크나 인맥은 그런 것과는 무관하기 때문이다. 굳이 꼽자면 음주가무에 소용되는 정도?


그러다 보니 sns도 나에겐 큰 의미가 없다. 트위터는 초기에 그 피곤함(?)을 간파하여 진작에 그만 두었고 페이스북도 한동안 하다가 접었다. 주된 이유는 인적 네트워크를 이용해서 비즈니스를 할 일이 내겐 전혀 없고 친구들이나 지인들과 사진 따위를 교환하며 왁자하게 대화할 일도 없기 때문이다. 나는 여행을 즐기지도 않고, 음식에 그리 관심이 있지도 않으며 예술에 대해서도 문외한이다. 문학도 잘 모르고, 세상 돌아가는 일에 그리 민감하거나 남들 이상으로 관심이 있지도 않다. 그냥 평범하고 진부한 인간일 따름이다.


사실은 작년까지 카톡도 하지 않았는데 서너명 모이는 동창모임에서 나만 카톡을 안하니 연락하는데 성가시다고, 정 카톡을 안하겠으면 너를 회장에 임명하겠다, 이런 협박 끝에 카톡을 하게 되었다.


이런데도(?) 사는데 지장이 없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남들은 네크워크가 중요하고 그래서 sns가 어쩌고 저쩌고 하는데 - 그게 다 먹고 살기 위해서 그러는거 아니겠나 - 나는 그럴 필요가 없으니 얼마나 복된가.


나는 개인적으로 '휴먼 리소스'라는 말을 싫어한다. 그 말을 들을 때마다(들을 일도 많지는 않지만) 광물, 농수산물 옆에 나란히 서있는 벌거벗은 인간의 모습이 떠오른다. 땅밑에서 석유를 뽑아내듯 사람에게서도 유용한 무언가를 뽑아낸다는 말 아닌가. 인간을 수단으로 대접하지 말라는 성현들의 말씀이 아니더라도 "어떤 경우에도 인간은 리소스가 될 수 없다" 라고 나는 속으로 외치고 있다.


물론 경영학의 시각에서 보면 어이없다고 웃을 것이다. 하지만 자본주의의 근본적인 속성을 따진다면 내 생각이 크게 틀린 것도 아니라고 믿는다. 노동을 단순한 착취의 대상에서 관리의 대상으로 바라보면서 경영학이 탄생했고 그 목적은 기업의 자본주의적 성공 아니겠냐 말이다.(아니면 말고)


생각해보면 나 자신도 어딘가에 편입/소속되어 있는 리소스일 것이다. 이런 자신의 리소스성(!)을 홍보하고, 매개하는 수단으로 sns를 사용해야하고 다양한 네트워크에 발을 들여야하는 현대의 삶이 피곤한 것임은 틀림없다. 아니, 온갖 포트폴리오로 무장한 체 자신을 광물과 비슷한 지위로 전락시키는 일은 피곤 이상의 일일 것이다.


노예적 억압의 상태에서 자유민의 상태로 넘어오는 것이 전근대-근대-현대의 과정인 줄 알았는데 실상은 인간이 결국 리소스로 전락한 신세에 불과하다면 헤겔의 그 웅장했던 생각은 다 무엇일까. <계몽의 변증법>이 딛고 있는 어두움은 여전히 유효한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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