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송정은 Jun 10. 2020

휴가 같지 않은 하루

오늘은 감성 하루 쉬어갑니다



아침에 출근해 에어컨을 켜고 노트북 전원을 누른다. 오랜만에 맞이하는 월요일이라 그간 쌓인 먼지를 닦고, 휴지통을 비운다. 어디서 구해왔나 잘 말린 둥굴레 한 알 툭, 물병에 떨어트리고는 쪼르르륵 힘없이 말려 올라가는 둥굴레 한 알을 감상한다. 천연 둥굴레는 찬물에 들어가도 색깔을 띠지 않는다. 그럼 작은 가습기에 물을 채우고는 의자를 턴다. 최적의 상태를 유지하고 나면 할 일을 체크한다. 또 일정을 조절하고 기록한다. 보자, 오늘 할 일은 너무 많다. 별 거 아닌데, 별 거 아닌 게 아니다. 난 참 꼼꼼한 사람이야. 제일 하기 싫은 일부터 해치우자. 웹에 접속해도 집중이 되지 않는다. 


반만 했다. 배가 고프고 나가고 싶다. 괜히 친구에게 내가 집중되지 않음에 대해 고해성사 후 합리화한다. 그럼 마음이 한결 편하다. 왜냐면 이미 답은 정해져 있는 상태로 메시지를 보내기 때문이다. 그는 긍정의 신호를 보낸다. 'PPT 워드화, 밀린 수업 듣기, 설문조사, 메일 확인, 퇴고,,, 아직 할 일이 태산이다. 저번 주까지는 분명해냈는데 오늘은 몸이 말을 잘 안 듣는다. 물론 머리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 쓰는 나의 비법은 그냥 안 듣는 상태로 한다. 물론 이렇게 앉아있는다고 뭐가 되는 건 아니지만 적어도 마음은 편하다. 나는 나의 작업실을 철저히 회사로 인식한다. 그럼 싫어도 앉아있어야 한다. 


이름만 대면 알만한 작가들은 매일 글쓰기를 시전 한다고 들었다. 가까이에 있는 한 소설가도 매일 새벽 4시에 잠이 든다고 했다. 내 장르가 소설까지 넓혀져 이곳에 올리게 된다면 가능한 일이겠지만 내 체력은 해바라기씨만 하므로 적정 수준에 맞춰 하루치 원고를 써낸다. 물론 하루라도 빼먹으면 오늘 같은 일이 벌어진다. 그럼 해야 한다. 뭐를?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을 끝까지 판다. 그럼 내일 글을 쓸 수 있는 문체가 된다.


내가 최근에 작가가 되면서 더 새기는 것이 있다. '어제는 어제고 오늘은 오늘이다'

글이란 정말 부지런히 연재해야 함을 느낀다. 하루를 쉬면 다음날 쉬고 싶고 이틀을 쉬어도 오늘은 쉬고 싶다. 쉽게 떠지지 않는 눈을 뜨고 자리에 앉으면 잠을 자기 일 수다. 그렇다. 나는 자고 싶다.


스산한 바람이 분다. 아마 곧 다가올 지방직 시험 때문일까. 내가 치는 것도 아닌데 괜히 살벌하게 떨려온다. 

2차 중간 과제를 대강 틀만 잡아놓은 뒤 기다렸던 뮤지컬 공연 생중계를 기다린다. 곧 저녁시간이 되고 퇴근할 시간이 다가온다. 브런치에 올릴 글 하나를 퇴고하고 준비하고 있는 시를 작업한다. 그럼 오늘도 다이어리를 빼곡하게 채우고는 꽤 가뿐한 마음으로 퇴근을 한다. 오늘 나의 저녁 시간을 버텨줄 아몬드 빼빼로 하나가 입안으로 들어온다. 재미있을 수필집 하나 수소문하고는 안경을 벗고 내일의 나에게 건투를 빈다. 안녕!




오늘 글 전개가 왜 이렇냐고 묻는다면, 변명이지만 이병헌 감독님 작품을 봤다. 그래서 말이 뚝뚝 끊기지만 맞는 말만 하고 있다. 둥굴레차를 왜 먹냐고? 꼬소해서!

작가의 이전글 노을이 뜰 때면 하늘을 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