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묵의 5초 귓가에 흐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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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저 적어야 했습니다.
제게 주어진 것이라곤,
고작 작은 연필 하나뿐입니다.
내 소년은 달이 비춘 빛 따라
걸어갔습니다. 그곳이 어디인지 그는
알지 못하면서 노란 카펫 데미안 하나 들고 떠났습니다.
제 머리는 왜 이렇게 길기만 할까요.
밧줄 하나 되지 못한 이 모난 머리칼
싹둑 자릅니다.
발톱이 살을 째고 나와서야
밑을 바라보았고
힘없는 귀뚜라미 괴성을 지르고 있습니다.
눈을 감으면 안 됩니다.
그저 적어야 합니다.
제가 쥘 수 있는 것이라곤,
고작 작은 연필 하나뿐이기 때문입니다.
낭만을 간직한 소년의 얼굴에는
거짓 하나 없습니다.
붉은 볼과 맑은 눈물
가릴 수 있는 손수건 하나마저
비행기 접어 날리는 그의 손에
거울을 쥐어준다면
오늘 새벽 문을 두드리고는
뿌듯하게 웃으며 손을 뻗어 머릴 쓰다듬어 줄까요.
그가 서 있습니다.
포기도, 절망도 더 이상
내게는 필요 없는 단어입니다.
열일곱의 뜨거운 시 한 편
읊어봅니다.
그가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