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란 의식이 어린아기에 깃들때
"치카 치카(이빨 딲고)하고 물로 헹구어야 한다. 이렇게 할아버지 봐라--" 손자 이빨을 위아래로 어린이 치약으로 닦아주고 컵으로 물을 헹구라고 말한다. 그러나 헹구라는 의미를 꼬마는 모른다. "아니지, 치약 먹지말고--. 물은 꾸룩꾸룩하고 뱉어야지" 할배는 물을 입에 넣어 이걸 보라며 양 볼따구를 공기 섞어 크게 만들어 보여준다. 그리고 세면대에 물을 뿜어 버리는 시범을 보인다.
"이렇게 해야지--" 먼저 시범을 보인 뒤 손자의 입을 들여다보니 이미 모두 물과 치약을 먹어버린 뒤다.치약의 달착치근한 맛에 이미 치약은 목에 넘기고 뒤이어 입에 들어간 수돗물도 그대로 삼켜 뱉을 것도 없다. 에그---. 매일 이야기해도 손자는 약간의 떨떠름한 표정을 지을 뿐이다. 그런데 오늘은 녀석이 한마디를 한다.
"나는 어린애여서 아직 못해요---"
엥!! 나름의 변명과 해명이 치약을 삼킨 입을 통해 문장으로 튀어나왔다. 해명성 발언에서 정작 할배의 귀에 더 꽂힌 것은 '나는'이란 단어였다.'요거봐라. 웃긴다'하는 생각이 퍼뜩 든다.
태어난지 2년9개월, 아직 만 세살이 안됐는데 갑자기 '나'란 단어를 쓰며 '나'의 의식이 어느 틈에 조그만 몸과 의식에 생긴거다. 그 의식은 어느날 어린 애에게 어떤 절차를 거쳐 깃든 것일까.
책을 찾아보니 만2세쯤 되면 자아의식이 생기기 시작한다고 한다. 만 3-4살이 되면 '내 것''내 장난감'을 주장한다고 육아전문가가 쓴 책에서 봤다. 어린아이의 언어능력은 만3살까지 '놀랄 정도로 발달한다고 한다.
'나'란 말을 쓰기전에는 '이거 준이꺼야 '준이집에 데려다줘'식으로 자기를 제3처럼 이름을 불러 말을 했었다. 그런데 갑자기 '나'를 주장하는 말이 나온 것이다. 아들이 어릴 때 영어학원가서 처음 영어로 배우고 싶어한 단어가 말로 '내꺼가 뭐야'였지 않던가. 또래 친구들과 투닥거리다 영어로라도 내 것임을 주장하고 싶어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