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배의 손자 돌보기, 세상 엿보기'

비교와 자의식

by 단파빵

어린애에게 자의식을 도발시키는 것은 재미있다고 늘 생각한다. 특히 아기가 ‘나란 의식’ ‘내 것’이란 의식에 눈이 뜨기 시작할 때 그 의식을 건드리면 의외의 반응을 볼 수 있다.


점심밥을 먹고 애 엄마가 귤을 몇 개 갖고 온다. 할아버지, 할머니, 애엄마, 준이 각각 1개씩 분배한다.


할배는 짓궂게 한마디 한다. “준이야, 네 귤 반개만 할아버지가 먹자!!” 의외의 표정으로 아기가 쳐다본다.

“---” 그러더니 대꾸한다. “할아버지 꺼 있잖아.”

“할아버지가 너보다 크잖아. 네 꺼 절반 할아버지가 먹을게.”


준이는 자기 귤을 끌어당기더니 갑자기 일어나 두 걸음 가서 거실 바닥에 눕는다. “이렇게 커요~~”


자기가 이렇게 크다는 것을 누워서 보여준 것이다. 크니까 ‘나도 귤 한 개 다 먹겠습니다’는 의사 표시이다.


웃긴다. 1 미터 남짓한 자신의 키를 가족들에게 보여주고 그 비교를 통해 자신의 소유, 귤을 주장하는 자의식이 표출된 것이다.


만 3돌을 앞둔 어린 아기지만 내가 컸다 → 컸음을 누워서 가족들에게 보여준다 → 귤 한 개를 혼자 독식할 수 있음을 뒷받침한다---. 이 같은 논리적인 추론의 과정을 아기는 몸으로써 드러내는 것이다. 거기서 할배는 무엇을 하랴, 가족들과 ‘하 하 하’ 웃는 수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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