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설아빠의 Global Business Story
2025년 10월, 세계는 다시 한번 숨을 죽였다. 중국 정부가 전격적으로 희토류 수출 통제 강화를 발표한 것이다. 단순한 수출량 제한이 아니라, 광석·정제물질뿐만 아니라 정제 장비, 기술, 심지어 지식재산권(IP)까지 포괄하는 ‘전면 통제’였다. 이번 조치로 인하여 총 12개 희토류 원소가 ‘허가제 품목’으로 묶였고, 제품 내에 중국산 희토류가 0.1% 이상 함유되어도 수출 허가가 필요해졌다.
그 여파는 즉각적이었다. 불과 하루 만에 백악관 브리핑룸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단호한 목소리로 말했다. “중국산 제품에 100%의 추가 관세를 부과하겠다.”
이미 평균 55% 수준이던 기존 대중 관세 위에 ‘100%’가 더해지자, 실질적으로 155%의 초고율 관세가 예고된 셈이었다. 뉴욕 증시는 하루 새 3% 가까이 하락했고, 반도체와 전기차 종목은 폭락했다. 한때 잠잠했던 미중 무역전쟁의 불씨가 다시 타오른 순간이었다.
하지만 이번 싸움은 단순한 ‘관세 맞불’이 아니다. 희토류는 반도체, 배터리, AI, 방산 등 첨단 산업의 비타민으로 불리는 전략 자원이다. 중국의 통제는 곧 글로벌 기술 생태계 전체를 흔드는 ‘심장 공격’이자, 미국의 보복은 단순한 경제 제재를 넘어선 국가전략의 전면 충돌이었다.
중국의 이번 조치는 사실 하루아침의 결정이 아니다. 이미 2025년 4월, 중국은 7개 희토류 원소에 대한 첫 번째 수출 제한을 가했고, 10월 조치는 그 연장선에 있다. 그러나 이번에는 질적으로 다른 조치였다. 수출량보다 ‘통제 범위’를 확장했고, 단순한 광물에서 기술·장비·IP로까지 손을 뻗었다.
즉, 희토류를 단순한 자원에서 ‘정책 무기’로 격상시킨 셈이다. 중국은 희토류 채굴부터 정제, 분리, 자석 제조까지 전 세계 공급망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다. 그들의 통제 강화는 단순한 자원 통제가 아니라, 첨단 산업의 생명줄을 쥐고 흔드는 행위다.
트럼프 행정부는 이에 대해 신속히 대응하였다. “희토류는 반도체만큼 전략적이다”라는 선언과 함께, 중국산 제품 전반에 100% 추가 관세를 부과하였다. 특히, 이번 조치는 중국 내 생산품 중 미국 기술이 포함된 제품까지 제재 대상에 포함시켜, 실질적으로는 ‘Reverse FDPR(해외직접제품규칙)’을 적용한 셈이다. 이는 반도체 제재 이후 다시 한번 기술·자원의 연결망을 끊으려는 시도로 해석된다.
기업들의 대응은 빠르고 구체적이었다. 애플은 반도체 조립 라인을 베트남으로 옮기기 시작하였고, 테슬라는 네바다 공장의 소재 공급선을 한국과 호주로 다변화하고 있다. GE와 보잉은 중국산 합금 대신 멕시코·캐나다산으로 대체선을 찾고 있다. 세계 공급망의 축이 중국에서 ‘비(非)중국 블록’으로 빠르게 이동하는 중이다.
이른바 “공급망 이중화(Dualization)”가 본격화되고 있다. 한쪽에는 미국을 중심으로 한 ‘신경제 블록’, 다른 한쪽에는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기술 블록’이 형성되고 있다. 그 경계선은 이제 단순한 무역선이 아니라, 기술·안보·정치의 경계가 되었다.
그러나 이 충돌의 이면에는 또 다른 의도가 숨어 있다. 중국은 희토류 통제를 협상 카드로 삼아 미국과의 통상 협상력을 높이려 한다. 반면, 트럼프는 대선용 강경 드라이브와 “산업 주권 강화”라는 명분으로 국내 지지를 다지는 것이다.
결국 양측 모두 경제 논리를 넘어선 정치적 셈법을 품고 있는 것이다.
세계는 지금 ‘희토류 중심 시대’로 진입하고 있다. 중국의 통제는 단순한 공급 차질이 아니라, 글로벌 산업 구조를 재편하려는 전략적 선언이다. 미국의 100% 관세 또한 단순한 보복이 아닌 경제 안보 프레임의 강화로 읽힌다.
문제는 이 싸움이 어느 한쪽의 승리로 끝나지 않는다는 점이다. 공급망이 양분화되면서, 세계 경제는 더 비싸고, 더 불확실하며, 더 정치적으로 변해가고 있다. 기업들은 이제 원자재의 ‘가격’보다 허가, 리스크, 동맹 구조를 먼저 계산해야 하는 시대에 들어섰다.
다가오는 APEC 정상회의를 기대하지만, ‘휴전의 무대’가 될 가능성은 낮다. 양국 모두 충돌보다는 “통제 가능한 긴장(Managed Rivalry)”을 원하고 있어, 싸움을 끝내기보다는 조절하며 지속할 것이다.
결국 이 싸움의 본질은 “누가 더 오래 버티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빨리 공급망을 바꾸느냐”이다. 희토류는 이제 ‘광물’이 아니라 ‘권력’이며, 관세는 ‘세금’이 아니라 ‘전략’이다. 세계는 효율성의 시대를 지나, 의존도를 줄이는 전략의 시대로 이동하고 있다.
앞으로의 승자는 가장 값싸게 생산하는 나라가 아니라, 가장 빨리 대체망을 구축한 나라, 가장 많은 희토류를 보유한 기업이 아니라, 가장 똑똑하게 리스크를 관리하는 기업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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