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Trade: 무역왕 김스타 14화

현지로 가보자! 프랑스 파리 전시회 참가(1)

by 이설아빠

인천공항 제1터미널, 도현은 체크인을 마치고 잠시 출국장 앞에 있는 대기석에 앉아 있었다. 커피 한 잔을 내려놓고 여권과 탑승권을 다시 확인하던 그는, 문득 휴대폰을 꺼내 메시지 앱을 열었다. 잠시 고민하다, ‘서지우’라는 이름을 눌렀다.

"안녕하세요, 지우 씨. 저희 오늘 프랑스 전시회 참석차 출국해요. 드디어 유럽 시장 도전이 시작되네요. 파리에 잘 도착하면 소식 전할게요."

메시지를 전송하고 난 뒤, 도현은 괜히 휴대폰을 한 번 더 내려다봤다. 답장이 바로 올 거라고는 기대한 건 아니었지만, 몇 분도 지나지 않아 알림이 떴다. 지우였다.

"우와, 벌써 출국하시는군요. 축하드려요. 진짜 시작이네요. 사실은 저도 지금 파리에 있습니다."

도현은 잠깐 눈을 깜빡이며, 메시지를 두 번 더 읽었다. 그리고 고개를 갸웃했다.

"아, 그러세요? 무슨 일로 파리에 계시는 거예요?"

"사실, 저희 회사가 이번에 'Cosmetic Europa' 한국관 부스 디자인 일부를 맡았거든요. 현지 설치 및 최종 점검 때문에 출장 가게 되었어요. 제가 제출한 콘셉트 안이 최종 반영되었거든요."

도현은 무심코 미소를 지어졌다. 전혀 예상하지 못한 연결이었다.

"정말 반가운 소식이네요. 현장에서 지우 씨 작업을 직접 보게 되겠네요. 혹시 전시장에 오시게 되면, 저희 부스도 꼭 들려주세요."

잠시 뒤, 지우의 메시지가 도착했다.

"당연하죠. 꼭 들르겠습니다. 현장에서 뵙게 되면 더 반가울 것 같아요. 파리에서도, 멋진 성과 기대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지우 씨 덕분에 더 힘내서 준비할게요. 현장에서 인사드릴 수 있길 바래요."

도현은 핸드폰을 조용히 내려놓으며 미소를 지었다. 프랑스라는 낯선 땅에서 다시 마주칠 인연, 그것만으로도 마음 한편에 따뜻한 기대감이 스며들었다.


파리 샤를 드 골 공항에 도착한 순간, 도현은 자신이 파리에 있다는 현실을 느낄 수 있었다. 드라마처럼 화려한 입국은 아니었다. 장시간 비행의 피로, 파리의 낯선 공기, 어딘가 차가운 시선들, 이 모든 것이 그가 ‘유럽 시장 진출’이라는 말에 품었던 낭만을 단숨에 걷어냈다.

“어우, 유럽 공기가 다르긴 다르네요. 차갑고 비싸 보여요.”

옆에서 효진이 쿡 찌르며 농담을 던졌다. 기석은 여권 케이스를 정리하며 중얼거렸다.

“드디어 시작되었습니다. 생존의 무대.”

뷰티스타 팀은 ‘Cosmetics Europa’가 열리는 파리 외곽 전시장 근처에 위치한 호텔에 짐을 풀자마자, 행사장으로 향했다. 전시는 다음 날 시작이었지만, 그들에게는 ‘사전 점검’이라는 중요한 절차가 남아 있었다.

“한국에서 보낸 화물, 무사히 도착했을까… 부스 설치는 제대로 되었으려나…”

도현은 심장이 쿵쾅거렸다. 한 달 넘게 준비한 물품들이 혹시라도 망가졌거나, 누락되었을까 봐 걱정이 앞섰다. 전시장과의 차가운 첫 만남. 전시장에 도착하자 수십 개국에서 모인 브랜드들이 이미 부스 세팅에 한창이었다. 조명, 음악, 영상, 향기 등 말 그대로 오감을 자극하는 전장의 분위기였다. 전시장은 화려한 축제의 전야제를 방불케 했다. 대기업 브랜드는 대형 LED 스크린을 앞세워 그 존재감을 과시했고, 유럽 현지 중소업체들은 자연주의, 오가닉 콘셉트를 내세워 관람객의 눈을 사로잡으려 준비하고 있었다. 그러나 뷰티스타 코스메틱 부스 앞에 선 순간, 도현은 얼굴이 굳었다.

“응?… 뭐야, 이거.”

부스 전면에 붙어 있어야 할 ‘BEAUTY STAR’ 로고가 ‘BEAUTY STRA’로 잘못 인쇄되어 있었던 것이다. 심지어 폰트 크기도 작고, 배경색과도 전혀 어울리지 않았다. 마치 인쇄 테스트 결과물을 붙여놓은 듯한 조악하였다.

“이건… 브랜드 명을 모르는 거나 마찬가지입니다.”

기석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효진은 체크리스트를 꺼내더니 또 다른 문제를 발견했다.

“상담 테이블을 2개 요청했는데 하나밖에 없어요. 의자도 4개뿐이에요. 체크리스트에도 분명히 2개, 8개라고 적혀 있는데.”

도현은 깊은 한숨을 내쉬며, 한국관 담당자와 주최 측 부스 담당자에게 급히 연락을 취했다. 10분쯤 지나자 중년의 전시 매니저가 나타났다. 이름표에는 'Antoine D.'라고 적혀 있었다. 프랑스어 억양이 섞인 영어로 그는 도현의 항의를 들으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Ah, I see. There must be some misunderstanding.”

(아, 그렇군요. 뭔가… 오해가 있었던 것 같습니다.)

도현은 억지로 떨리는 미소를 유지하며 말했다.

“Yes, misunderstanding... But this mistake affects our brand image a lot. It’s not just decoration.”

(네, 오해일 수는 있지만… 이번 실수는 저희 브랜드 이미지에 영향을 줍니다. 단순한 장식 문제가 아닙니다.)

안토완은 프린트된 도면을 펼쳐 보이며 말했다.

“Well, this is the file we received. ‘BEAUTY STRA.’ That’s what was delivered to our team.”

(글쎄요, 저희가 받은 파일은 이것입니다. ‘BEAUTY STRA.’ 저희 팀에 전달된 것도 이거예요.)

“That's impossible.”

(그럴 리가 없습니다.)

도현은 목소리를 낮췄지만 단호했다.

“We double-checked the final draft before submission. The correct file was sent.”

(제출 전에 최종 시안을 두 번이나 확인했습니다. 올바른 파일을 보냈습니다.)

효진이 옆에서 노트북을 꺼내 실제 파일을 보여주며 거들었다.

“This is the original .ai file. You can see ‘BEAUTY STAR’ clearly.”

(이게 원본 .ai 파일입니다. 보시다시피 ‘BEAUTY STAR’라고 분명히 적혀 있습니다.)

안토완은 난처한 표정으로 눈썹을 찌푸렸다.

“Even so, we cannot reprint overnight. Our print team is off duty now. Maybe tomorrow morning. But no promises.”

(그렇다 하더라도, 하룻밤 사이에 다시 인쇄할 수는 없습니다. 현재 인쇄팀은 퇴근한 상태입니다. 아마 내일 아침쯤 가능할 수도 있지만, 확답은 드릴 수 없습니다.)

도현의 이마에 진땀이 맺혔다.

“Tomorrow morning is the first exhibition day. If we don't fix this right away, our logo will appear wrong in all early coverage photos.”

(내일 아침이 전시 첫날입니다. 이 문제를 당장 해결하지 못하면, 초기 보도 사진들에 잘못된 로고가 모두 담기게 됩니다.)

효진도 작게 속삭였다.

“대표님, 그냥 넘어가면 내일 부스 앞에서 브랜드명 틀렸다는 말부터 나올 거예요.”

도현은 고개를 끄덕인 다음, 한 걸음 앞으로 나서며 말을 이었다.

“Excuse me, Mr. Antoine. I understand your situation. But this is not a decoration issue. This is our brand identity. First impressions matter in global business. Please help us fix this before the opening.”

(실례합니다, 앙투안 씨. 상황은 이해합니다. 하지만 이것은 단순한 장식 문제가 아니라, 저희 브랜드 정체성에 관한 일입니다. 글로벌 비즈니스에서는 첫인상이 매우 중요합니다. 개막 전에 꼭 이 문제가 해결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잠시 침묵이 흐른 뒤, 안토완은 무전기를 꺼내 누군가와 프랑스어로 빠르게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리곤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I see. We will try. I cannot promise it will be perfect, but we’ll ask for a reprint by early morning.”

(알겠습니다. 노력해 보겠습니다. 완벽하게 된다고는 장담할 수 없지만, 내일 아침까지 재인쇄를 요청해 보겠습니다.)

도현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Merci beaucoup. I really appreciate your effort.”

(정말 감사합니다. 노력해 주셔서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이어 효진이 상담용 테이블과 의자 문제를 언급하자, 안토완은 그 부분은 현장 창고에 여유분이 있다며 바로 가져다주겠다고 약속했다. 그리고 밤 11시. 부스에 추가로 들어온 집기를 설치하고, 각종 샘플을 진열하느라 세 사람은 진이 빠졌다. 제품은 무사했지만, 포장 박스 일부가 구겨져 있어 포장지를 다시 교체해야 했고, 유럽 바이어와 소비자들에게 익숙한 표기 기준에 맞게 진열 순서도 수정해야 했다.

호텔에 돌아온 건 새벽 2시, 샤워를 마친 도현은 침대에 누우며 혼잣말로 중얼거렸다.

“그래도 힘들 여기까지 왔잖아. 내일이면 제대로 보여줄 수 있어.”


전시회 첫날 아침, 도현은 넥타이를 매며 거울을 바라봤다. 얼굴은 다소 창백했고, 눈가는 붓기로 무거웠다. 하지만 그는 웃음을 지어 보였다. 기석과 효진 역시 깔끔한 정장 차림으로 로비에 내려와 있었다. 셋은 함께 전시장으로 향했다.

'오늘은 잘할 수 있을 거야!'

마음속으로 도현은 다짐하고 다짐했다. 다행히 로고가 정상적으로 수정되어 있었다. 전시회 개막을 한 시간 앞두고, 도현은 간이 테이블 위에 놓인 샘플 박스를 정리하다 말고 휴대폰을 들었다. 전날 늦게까지 진열과 수정 작업을 하느라 지쳐 있었지만, 오늘이야말로 마티유 드랑과 다시 연결할 가장 중요한 날이었다. 그는 잠시 숨을 고르고, 메시지를 작성했다.

"Bonjour, Mr. Dran. This is Kim from BeautyStar. We’ve just completed our setup for the Cosmetic Europa exhibition. Our booth number is Korea Pavilion – Hall 2, Booth No. B17. We would be delighted to welcome you and your team anytime during the fair. Looking forward to seeing you soon."

(봉주르, 미스터 드랑. 뷰티스타의 김도현입니다. 저희는 방금 ‘코스메틱 유로파’ 박람회 부스 설치를 완료했습니다. 부스 번호는 한국관 – 홀 2, B17번입니다. 박람회 기간 중 언제든 귀하와 귀사 팀을 기쁘게 맞이하겠습니다. 곧 뵙기를 기대하겠습니다.)

도현은 문장을 한 줄씩 다시 훑으며, 말투가 너무 딱딱하진 않았는지, 실수는 없는지 몇 번을 확인했다. 마지막 문장에서 손끝이 잠시 멈췄다.

‘너무 간절해 보이면 안 되지만, 무관심하게 보이는 건 더 위험해.’

그는 ‘Looking forward to seeing you soon.’에 가볍게 마침표를 찍고, 전송 버튼을 눌렀다. 몇 분 후, 마티유 드랑에게서 메시지가 도착했다.

"Bonjour Mr. Kim! Thank you for the update. I’m glad to hear you’ve arrived and are all set. I will stop by your booth with my boss either this afternoon or tomorrow morning. Best of luck today!"

(봉주르, 김 대표님! 소식 전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무사히 도착하셨고 준비도 모두 마치셨다니 기쁘네요. 오늘 오후나 내일 아침 중으로 상사와 함께 부스에 들르겠습니다. 오늘 좋은 성과 있으시길 바랍니다!)

도현은 답장을 읽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리고 효진과 기석 쪽을 바라보며 말했다.

“마티유 드랑이 부스를 방문할 수 있다고 했어요. 시간은 유동적이지만, 오늘 오후나 내일 아침쯤?”

기석이 고개를 끄덕이며 짧게 말했다.

“준비는 끝났습니다. 이젠 보여줄 차례입니다.”

개막식이 시작되고, 전시장 입구가 열리자 사람들이 밀물처럼 밀려들어오기 시작했다. 현지 바이어들, 기자들, 수입 담당자들, 브랜드 마케터들까지. 말 그대로 전쟁터였다. 하지만 도현은 곧 그들에게 뷰티스타는 ‘아직도 낯선 존재’라는 걸 깨달았다. 뷰티스타 코스메틱 부스 앞을 지나는 사람들의 눈빛은 차가웠다. 혹은 무관심했다.

“Bonjour.”

(봉주르)

“Hello, this is a Korean cosmetic brand, BeautyStar.”

(안녕하세요, 한국의 화장품 브랜드, 뷰티스타입니다.)

도현과 효진이 몇 차례 관람객에게 말을 걸었지만, 반응은 미지근했다. 어떤 이는 고개만 끄덕이고 지나갔고, 어떤 이는 “No, thank you.”라고 말하며 다른 부스로 급히 향했다.

“우리는, 그들에게 너무 낯설어.”

도현의 혼잣말에 효진이 조용히 말했다.

“그냥 지나치는 사람들이 훨씬 많아요.”

도현은 고개를 끄덕였다. 오후가 되어도 분위기는 나아지지 않았다. 옆 부스의 일본 브랜드는 유창한 프랑스어를 구사하는 직원과 함께 제품 체험 이벤트를 진행하고 있었고, 독일 업체는 ‘비건 화장품’이라는 콘셉트로 지속 가능성을 강조하고 있었다. 뷰티스타 코스메틱 부스는 한마디로 ‘정보 부족’과 ‘언어의 벽’ 앞에 놓여 있었다. 기석이 작게 말했다.

“이건 단순한 마케팅이 아닙니다. 사람과 사람 간의 비즈니스입니다. 기다리면 기회는 옵니다.”

그리고 기석은 주변 부스를 천천히 살펴보며 말했다.

“대표님, 저쪽 부스를 한번 보시겠습니까? 대부분의 부스가 제품 자체보다 체험을 먼저 강조하고 있습니다. 우린 아직 '구경할 이유'조차 주지 못하고 있는 겁니다.”

도현은 고개를 끄덕이며 되물었다.

“체험을 넣으려면, 공간을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요?”

“의자를 하나 빼고, 테이블을 안쪽으로 밀고, 앞에 ‘직접 발라보세요’라고 표기된 간이 스탠드를 만들어 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 계속 >

keyword
이전 13화The Trade: 무역왕 김스타 13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