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을 이룬 작가들의 이야기
브런치에는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고 있는 작가분들이 많이 계십니다.
그중에서도 독자분들이 가장 궁금하게 생각할 작가는 이 분이 아닐까 싶은데요,
바로 대한민국 소방관(오영환)작가님입니다.
가까이 있지만 그동안 제대로 알지 못했던 소방관이라는 직업에 대한 이야기,
구조현장에서 만난 안타까운 사연이 담긴 글은 언제나 읽는 사람들의 마음에 묵직한 울림을 주었습니다. 이번 브런치 인터뷰에서는 언제나 감동을 주는 글을 쓰는 대한민국 소방관 작가님을 만나보았습니다. 작가님이 직접 들려주는 처음 글을 쓰게 된 계기와 독자들에게 전하고 싶은 이야기를 지금 만나보세요!
소방관은 저의 직업인 동시에 현재 진행형인 저의 꿈이기도 합니다. 제 꿈의 시작은 희망을 지켜내는 사람이었습니다. 학창시절 우연히 마주한 뉴스에서 작고 약한 생활터전이 불타 무너지는 순간 울부짖는 사람들을 보았습니다. 단지 자식들 먹여 살리며 한 걸음씩 나아가는 작은 희망을 간직한 그이들의 모습은 우리 부모님과 너무도 닮아있었습니다. 이어지는 사업실패, 어려운 삶 어려운 형편 속에서도 늘 웃으며 힘을 내셨던 부모님 아래서 자라나며 그 희망이 감당할 수 없는 위기에 처할 때 가장 가까운 곳에서 최소한의 발판을 지켜내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작은 계기로 시작된 꿈은 소방서에서 근무하는 동안 어느덧 조금씩 자라나고 구체적으로 바뀌었지만, ‘사람이 위기에 처할 때 가장 먼저 다가가는 사람’ 임에는 여전히 변함이 없습니다. 평생 추구하고 좇아갈 저의 꿈은 사람들을 지키고 구해내는 소방관입니다.
사실 어린 시절부터 쓰는 것보다는 읽는 것을 즐겨왔습니다. 어른이 되고 현장을 달리는 소방관이 된 저는 수없이 마주해야 했던 비극의 현장 속에서, 절망과 슬픔을 잊지 않으려 사람의 고통에 무뎌지지 않으려 조금씩 아픈 기억들을 글로 써 내려가기 시작했습니다. 그런 날들 가운데 글과 문장 속에서 생각지도 못했던 큰 위로를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더 나아가 세상에 가득한 비극 안에서도 반드시 피어나는 희망의 이야기들을 더 많은 이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졌습니다. 제가 글과 문장을 통해 받았던 그 위로를 세상의 수많은 아프고 힘든 사람들에게 전하고 싶어 오늘도 저는 글을 씁니다.
학창 시절 우연히 마주한 김훈 선생님의 문장을 탐독하며 그 매력에 깊이 빠져들었었습니다. 그렇게 존경하던 김훈 선생님께서 유년시절 소방관을 꿈꾸셨다는, 그리고 소방관이라는 직업을 너무도 아껴주시는 걸 알고서 더욱 감격했습니다.
첫 번째 책을 준비하면서, '책이 출간되면 누구에게 가장 먼저 보여주고 싶을까?'라는 질문을 스스로에게 계속 던져보았습니다. 그런데 몇 번을 생각해도 결론은 김훈 선생님뿐이었습니다. 선생님의 문장을 읽고 자라 작가의 꿈을 꿀 수 있었던 한 소방관의 글을 부끄럽지만, 조심스럽게 보여드리고 싶습니다.
김훈 작가님의 '어느 소방관의 기도' 추천사
오영환은 젊은 소방관이다. 그가 처음으로 사람의 목숨을 살려낸 순간의 기록은 아름답다. 10살쯤 된 소녀가 바다에 빠져 익사 직전이었다. 오영환이 물에 뛰어들어가 소녀의 손을 잡았다. 그 소녀의 작은 손은 “놀랄 정도의 강력한 힘으로” 소방관의 손을 잡았고, “손과 손 사이에 온기가 퍼졌다.” (49쪽)
나는 이 손잡기와 온기가 재난구조뿐 아니라 인간사회의 기본원리가 되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난에 처한 인간에게 다가가는 일이 오영환의 열정이고, 그 많은 장애물을 돌파해야 하는 것이 오영환의 고난이다. 모든 소방관들의 길이 그러하다. 오영환이 그 열정과 고난의 길 위에서 끝까지 씩씩하기를 빈다. 오영환과 소녀의 손 사이에 교감되던 온기가 온 세상에 널리 퍼지기를.
이 젊은 소방관의 말을 귀담아듣고, 우리 사회가 재난구조의 현장에 몸과 마음을 바친 수많은 소방관들의 희생과 노고를 정당하게 보호할 수 있기를 바란다.
서울시 명예소방관, 소설가 김훈
저희 소방관들을 너무나 아껴주시고 사랑해주시는 사람들에게 언론을 통해 바라보는 안쓰럽고 불쌍한 모습이 아니라, 그 어떤 위험 속에서도 사람들에게 다가가는 소방관의 목소리를 직접 생생히 들려주고 싶습니다. 그리고 우리나라에는 4만 명에 가까운 소방관이 있습니다. 땀 흘려 다른 이를 지켜내는 그 모든 존경스러운 소방 동료들에게 이 한 권의 책이 작은 공감과 소통의 계기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또 저의 책은 그 안에 담긴 이야기들로서 작은 의미가 있겠지만, 소방관이 마주하는 슬픔과 비극을 직접 들려주며 ‘누구에게나, 그리고 당신에게도 언젠간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이야기도 하고 싶었습니다. 무의식 중에라도 사고에 대한 경각심과 스스로의 안전에 대한 관심을 조금이나마 더 가질 수 있기를 바라고 있습니다. 글을 쓰지만, 저의 바탕은 역시 소방관입니다.
모든 사고와 비극은, 원인에 관계없이 언제 어디서나 생각지 못한 순간에 일어나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그럴 때 소중한 생명을 가장 먼저 지켜주는 것은 뒷좌석에서도 반드시 채우는 안전벨트, 아래층에서의 연기가 새어들지 않게 꼭 닫아놓은 방화문과 평소 익혀놓은 대피경로, 불법주차 없이 깨끗한 골목길, 그리고 소중한 가족을 위해 배운 심폐소생술 등 모든 이들이 각자의 노력으로 준비해야 하는 것들입니다.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다면, 어떤 상황에서든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는 확률이 높아집니다. 그리고 더 이상 할 수 있는 것이 없을지라도, 저희 소방관들이 신속하게 달려가겠습니다. 가장 먼저 달려가 최선을 다해 구하고 지켜내겠습니다.
모든 생명이 온전히 그 일상에서
아름다운 삶을 가꾸어 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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