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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씨 Dec 09. 2022

조언하지 말자고 조언하지 말기

연말이 되니 자기 계발서나 이렇게 살아라 류의 조언 글이 넘쳐난다. 브런치에서 추천하는 글들도 그런 류가 많다. 새해엔 어떤 목표를 세워라, 공부는 이렇게 해라, 재테크는 이렇게 해라, 잠은 얼마큼 자고 책은 얼마큼 읽어라, 집 정리는 이렇게 해라, 이런 물건은 사고 이런 물건은 버려라 같은 글들이 쏟아진다. 그런 글들은 제목에서부터 마음이 확 끌린다. 글을 읽으면서 실제로 유용한 팁이나 조언을 얻을 때도 많다.


뭔가를 결정하는 것에 시간이 오래 걸리고 삶에 대한 소신이 없는 나로선 누군가에게 00해라! 하고 단호하게 조언할 수 있는 사람들, 혹은 글들이 대단스레 느껴진다. 특히 시간을 나노 단위로 쪼개서 계획을 짜고 실행해 결국 삶을 성공으로 이끈 사람의 글을 읽으면, 나는 이대로 살아도 되나 답답해지기도 한다. 내 삶의 모습과는 너무나 동떨어져 있어 나는 절대 저 사람처럼 살 수 없을거같아 무력감이 찾아오기도 한다.

 



아마 나는 누군가에게 조언이나 꿀팁을 주는 그런 글은 못 쓸 것이다.


지금까지 살면서 이건 정말 잘했다 싶은 일도 있고 이렇겐 하지 말았어야 했는데 싶은 일도 있었다. 하지만 나는 '내 얄팍한 경험을 바탕으로 감히 누군가에게 조언할 수 있을까' 하는 부류이다. 내 안엔 어떤 부분에서도 확신이라곤 한 톨도 없다는 것을 스스로가 아주 잘 알기 때문이다. 

 

내가 늘 마음에 새기는 일화가 하나 있는데 내용은 이렇다.  

아주 고명한 분에게 사람들이 찾아가 물었다. 선생님은 어떻게 이렇게 많은 사람에게 존경을 받으실 수 있습니까. 방법을 좀 말씀해주시죠.

그러자 그분 왈.


입을 다물어요.

아, 이건 정말 내가 꼭 이 사람에게 말해줘야겠다, 이건 정말 나밖에 해줄 수 없는 말이다 싶을 때, 그럴 때도 입을 다뭅니다.


실존하는 분이 한 인터뷰에서 하신 말씀인데 정확한 출처가 기억이 안 난다. 오래전 읽은 책에 삽입된 일화였던 것만 기억난다.

이 일화가 떠오를 때마다 '내가 잘 안다고 자신하는 분야'에 대해 나누고 싶고 조언하고 싶은 마음을 참는 게 얼마나 깊은 수양의 경지인가 생각한다.


말이 많다.

쓸데없는 말이 나에게 너무 많다.

조언하지 말아야지 해 놓곤 감히 단언하거나 결론을 내려버리거나 이리저리 하라고 참견할 때가 너무 많다.


내 새해 목표는 입을 좀 다무는 것이다.

어, 이거 진짜 내가 잘 아는 건데, 혹은 여기선 진짜 내가 한마디 해줘야겠는데 싶은 순간에 입을 다물 것.

넘치는 말을 내 안으로 좀 수렴할 것. 하고 싶은 말들이 너무 넘치면 차라리 글로 정리해서 쓸 것.   

그게 내 새해 목표라면 목표가 되겠다.


결국 조언하지 말자고 조언하는 게 이 글의 마무리가 되는 것 같아 내 짧은 문장력에 답답해지지만.

정말 내 마음은

조언하지 말자고 조언하지 말기.

그냥 아무 말도 하지 않기.

입은 다물고 많이 듣기.

를 새기고 또 새기는 것이다.


내년 이맘때쯤 돼 보면 알겠지.

잘 알지 못하는 것들을 쫓아다니며 부산스럽게 시간을 흘려보냈는지,

아니면 마음에 새긴 대로 고요히 살았는지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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