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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씨 Sep 18. 2023

내 것인 죽음에 대한 고찰

[말리의 일곱 개의 달]

부커상 수상작. 스리랑카 내전에 대한 고발.

이 두 가지 정보만 가지고 책을 읽게 되었다.


거의 600페이지에 육박하는 내용은 2인칭 시점의 소설로, '너'라고 지칭되는 말리가 겪는 사후세계에 관련된 것이다.


'스리랑카인들은 대체로 말없이 속으로 삭이는 편이지만, 너는 목청 높여 항의하는 것을 좋아'해서 죽고 나서도 안내 카운터에서 어떻게 하면 되냐고 소리친다. 영혼들은 떼로 몰려와 서로 밀고 밀리며 카운터에 일하는 여자에게 항의하고 끊임없이 묻는다. 곳곳에 스리랑카인에 대한 이야기가 흔적처럼 드러난다. '스리랑카인은 줄을 설 줄 모른다'.

사후세계에서는 귀 검사를 받아야 한다. '42층에 가서 귀를 검사하고, 몇 번 죽었는지 세고, 당신이 지은 죄를 해독하고, 달을 등록해라'는 안내를 받는다. 아기가, 고명한 박사가, 말리가,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 이곳에 있다. 그들은 모두 우왕좌왕하며 각자의 논리를 펼친다. 확실한 건 모두가 일곱 번의 달이라는 기회를 가지고, 마지막 달이 뜨기 전에 빛에 도달해야 한다는 것.

누구의 조언도 믿을 수 없고 이해할 수 없다.


문장은 매끄러우나 사후세계와 스리랑카 내전에 관련된 이야기가 섞여 있어 처음엔 잘 이해가 안 됐다. 여러 번 되풀이해 읽었다.

그리고 스리랑카 내전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니 이런 내용이 포털에 실려 있었다.


"남아시아 인도대륙의 동남쪽에 위치한 섬나라 스리랑카(Sri Lanka)는 1815년 영국의 직할 식민지로 편입되었던 세일론(Ceylon)이 1948년 2월 영연방의 정식 회원국(자치령)으로 독립한 나라이다. 열대 지방에 속하지만 비교적 온화한 기후의 영향으로 홍차와 천연고무 등이 주산물이고 관광자원도 풍부한 편이다.

 

스리랑카 내전은 2,045만 명(2009년)의 인구 가운데 다수를 차지하는 불교계 싱할라족(Buddhist Sinhalese, 74%)과 소수 힌두교계 타밀족(Hindu Tamils, 18%) 간의 뿌리 깊은 종족․종교 간 갈등과 반목에서 비롯되었다. 독립 60여 년 동안 평화 기간은 10년이 채 안되며, 주민들은 27년간의 전쟁과 45년간의 비상사태 속에서 생명의 위협을 느끼며 궁핍한 생활을 해왔다. 스리랑카 정부군과 타밀 반군 간의 무력 충돌이 본격화된 1983년부터 오늘날까지 10만 명 이상의 사망자와 수십만의 부상자, 그리고 1백만 명 이상의 난민이 발생했다. 또한 자살폭탄테러와 암살, 납치와 인간방패 등 수많은 인권 유린사태가 보고되면서 스리랑카 내전은 세계적으로 가장 잔혹하고 폭력적인 분쟁의 하나로 지목되어 왔다."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는 스리랑카 내전은 한국에는 잘 알려지지 않았다. 아니, 전 세계에 잘 알려지지 않았다. 그토록 많은 사람들이 죽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런데 이번 부커상 수상을 통해 이 책이 알려지면서 겨우 사람들의 관심이 생기기 시작했다.

 

잠잠하고 담담한 문체. 자신의 죽음에 대해서조차 거리감을 가지고 있는 화자. 이상한 사후세계에 대한 이야기.


몰입이 쉬운 책은 아니었지만 시대적 당위성을 가지고 읽었다. 스리랑카 내전에 대해 이 정도로 심도 깊게 다룬 책이 번영되어 나왔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읽을 만한 가치가 있다. 한국 또한 전쟁 국가니까. 전쟁의 아픔을 겪고 알고 있는 나라니까 심정적으로 더 가깝게 느껴졌다. 그래서 타인의 죽음이라기보다 내 것인 죽음에 대해 생각하며 읽었다. 전쟁으로 인한 죽음, 아니 모든 죽음에 대해 우리는 타자가 아니니까.


이 책을 스리랑카 내전에 대한 아픔을 이해하고 싶은 사람들, 전쟁으로 인한 죽음에 대해 당사자성을 지니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하고 싶다.   




스리랑카 내전 정보 출처 : [네이버 지식백과] 스리랑카 내전 (KIDA 세계분쟁 데이터 베이스, KIDA 세계분쟁 데이터 베이스)


* 인플루엔셜에서 책을 제공받아 서평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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