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통한 볼을 볼 때.
그리고 그 볼을 앙 먹어볼 때(물론 허락을 구하고).
정수리에서 아가 냄새가 날 때.
멀리서 나를 보고 달려올 때.
내가 밖에 나갔다 오면 엄마!! 하고 달려 나올 때.
밤에 도로롱 도로롱 코 골 때.
작은 코에서 엄청나게 커다란 코딱지를 꺼낼 때.
밤에 이상한 포즈-일부러 하라고 해도 할 수 없는-로 무방비하게 자고 있을 때.
장기하의 "싸구려커피"를 틀어달라고 하면서 '그, 있잖아, 미그진해 적자니 배가 아프다는 노래'라고 설명할 때.
팬티만 입고 춤추는데, 뽈록한 엉덩이가 야무지게 팬티를 먹었을 때.
밥 먹고 나서 배가 빵빵하게 튀어나왔을 때.
살이 쪄서 팔다리가 올록볼록 식빵 같을 때.
애들이 모두 등교한 오전, 혼자 애들 어릴 때 찍은 동영상 볼 때.
요리를 정말 싫어하는데 애가 먹고 싶다 했다고 나라면 절대 안 먹을 요리를 더운 여름에 땀 뻘뻘 흘리면서 만들고 있을 때.
짧은 팔다리로 오래 걷는 게 안쓰러워 자꾸 업어주고 싶을 때.
내 옷 사는 것보다 애 옷 사는 게 더 기분 좋을 때.
뜨끈하고 촉촉하고 보드라운 손이 내 손을 잡아 줄 때.
뽀뽀해 달라고 안 했는데 자발적으로 뽀뽀해 줄 때.
눈물 콧물 흘리면서 말도 안 되는 생떼 쓸 때.
잠 자기 전, 귓속말로 '세상에서 제일 사랑해'라고 말해줄 때.
나는 너를 사랑한다고 감히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