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로 들어오나요, 어디로든 들어와요
권여선, <사슴벌레식 문답>
권여선의 사슴벌레식 문답을 생각한다.
무서워서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벌레는 어디로 들어오나요.
벌레는 어디로든 들어와요.
제 삶은 어디로 가나요.
당신의 삶은 어디로든 가요.
어떻게 매일 밤 아무 걱정 없이 잠들 수 있나요.
어떻게든 매일 밤 아무 걱정 없이 잠들 수 있어요.
사는 게 어떻게 안 무서울 수 있나요.
사는 게 어떻게든 안 무서울 수 있어요.
어디로든. 어떻게든.
든이 말하는 무작스러움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어디로든, 어떻게든 들어와서 어디로 나가야 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에 대해서도.
"아직도 이 소설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 수가 없다. 다행히 그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도시의 구월처럼 내 의도는 모조리 가짜이고 난 기술자에 불과하니. 찌릉찌릉(그렇다고밖에)."
라고 맺은 작가노트는 아주 세련되고 나는 영원히 이런 세련함을 입을 수 없을 거라는 막막함만.
찌릉찌릉(여름 밤은 덥고 그렇다고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