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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수현씨 Aug 19. 2024

어디로 들어오나요, 어디로든 들어와요

권여선, <사슴벌레식 문답>

권여선의 사슴벌레식 문답을 생각한다.


무서워서 오소소 소름이 돋는다.


벌레는 어디로 들어오나요.

벌레는 어디로든 들어와요.

제 삶은 어디로 가나요.

당신의 삶은 어디로든 가요.

어떻게 매일 밤 아무 걱정 없이 잠들 수 있나요.

어떻게든 매일 밤 아무 걱정 없이 잠들 수 있어요.

사는 게 어떻게 안 무서울 수 있나요.

사는 게 어떻게든 안 무서울 수 있어요.


어디로든. 어떻게든.

든이 말하는 무작스러움에 대해 생각한다.

그리고 어디로든, 어떻게든 들어와서 어디로 나가야 할지 알 수 없는 막막함에 대해서도.


"아직도 이 소설에서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싶었는지 알 수가 없다. 다행히 그건 조금도 중요하지 않다. 도시의 구월처럼 내 의도는 모조리 가짜이고 난 기술자에 불과하니. 찌릉찌릉(그렇다고밖에)."


라고 맺은 작가노트는 아주 세련되고 나는 영원히 이런 세련함을 입을 수 없을 거라는 막막함만.


 찌릉찌릉(여름 밤은 덥고 그렇다고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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