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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Dec 12. 2023

49. 네 번째 직업 유튜버

사이버범죄 예방 강의를 하면서 아쉬운 점이 있었다. 좀 더 많은 사람에게 알려 피해를 예방하고 싶었는데, 강의라는 것이 한정된 부분이 있었다. 그러다 생각한 것이 유튜브다. 컨텐츠가 좋으니 기술만 있으면 꽤 괜찮은 반응을 얻을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망설여졌다. ‘내가 과연 편집할 수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때문이다. 호기롭게 유튜브 편집 책을 사긴 했는데, 1년 동안 들여다보지 않았다.      


자존감 회복을 위해 노력하던 중 유튜브 책이 눈에 들어왔다. ‘그래 이참에 한 번 도전해보자.’ 편집에 성공하고 반응까지 괜찮으면 자존감이 많이 올라갈 것 같았다. 촬영에 필요한 장비를 검색했다. 마이크와 조명, 집에서 촬영할 수 있는 배경까지 바로 구매했다. 채널명이 중요하다고 해서 고민하다가 단순하게 ‘사이버범죄 파헤치기’로 정했다. 마음이 급해서인지 오래 생각할 여유가 없었다. 어떤 순서로 찍을 것인지 생각했다. 이것도 오래 걸리지 않았다. 강의 진행 순서대로 하면 될 것 같았다.      


주말 오후 집에서 첫 번째 영상을 찍었다. 책상 위에 마이크와 조명을 놓고 등 뒤로 하얀 천으로 된 배경을 설치했다. 시나리오는 별도로 준비하지 않았다. 강의를 많이 해 왔기에 말할 것은 머릿속에 정리되어 있었다. 하지만, 착각이었다. 강의와 유튜브 촬영은 달랐다. 왜 유튜버들이 철저한 준비를 하는지 알 것 같았다. 하지만, 그때 나에겐 그런 것이 중요하지 않았다. 마음이 급했다. 얼른 결과물을 보고 싶었다. 사람들의 반응도 궁금했다. 정장을 차려입고 화장까지 했다. 얼굴만 창백한 것이 꼭 귀신 같았다.      


첫 번째 영상의 주제는 ‘사이버 안전도 자가 진단’ 이다. 혼자 카메라를 보고 말하려니 적응이 되지 않았다. 말이 끊기거나 중간중간 ‘어...’하는 어색한 추임새를 넣었다. 녹화를 마치고 난 후 완벽한 느낌은 아니었지만, 다시 찍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결과물을 빨리 선보이고 싶은 생각뿐이어서 영상의 수준은 크게 중요하지 않았다. 물론 지나고 나서는 많이 아쉬운 부분이었지만.      


이제 중요한 편집이 남았다. 편집은 ‘키네 마스터’를 사용했다. 조금 더 좋은 효과를 얻기 위해 돈을 주고 프리미엄을 구매했다. 책을 봐가며 하나씩 따라 했다. 가장 먼저 ‘인트로’와 마지막 ‘구독, 좋아요’를 요청하는 효과를 만들었다. 글자체를 선택하고 한 장씩 텍스트 편집을 했다. 첫 편집이라 그런지 시간이 오래 걸렸다. 하지만, 생각보다 편집하는 것이 재미있었다. ‘할 수 없다.’ 생각한 것을 해나가다 보니 그런 듯했다.     

 

그렇게 힘겹게 한편의 유튜브 영상을 완성했다. 바로 올리고 싶은 충동을 꾹 참았다. 영상을 올리는 시간대도 중요하기 때문이다. 아침 출근시간대를 노리기로 했다. 다음 날 아침 7시쯤 영상을 ‘업로드’했다. ‘제목’과 ‘썸네일’이 중요하다는 것을 그땐 몰랐기에 그냥 올려 버렸다. 첫 번째 영상치고는 400회라는 괜찮은 조회 수가 나왔다. 자신감이 생겼다. 그리고 그 자신감은 자존감이 올라가는데 한몫했다. 유튜브 촬영과 편집은 재미있었다. 영상에 대한 생각으로 불안한 생각들을 잊을 수 있었다. 마음의 힘듦에서 벗어나는데 유튜브가 50% 정도의 역할을 했다고 생각한다. 그 후 유명 유튜버의 강의도 듣고 ‘썸네일’에 대한 공부도 하면서 좀 더 영상의 질이 좋아졌다. 조회 수 5,000을 넘긴 영상도 있었다. 물론 그렇게 높은 조회 수는 아니지만, 나에겐 만족스러운 결과다. 그렇게 강사, 배우, 경찰에 이어 네 번째 직업인 유튜버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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