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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Dec 13. 2023

50. 코로나와 첫 비대면 강의

2020년 초부터 ‘코로나’가 사회를 전염시켰다. 사회적 거리 두기가 시행되었고, 대면 행사는 대부분 취소되었다. 모임 인원이 제한되어 강의도 당연히 모두 취소되었다. 비대면 강의가 개설되었고, 시스템이 제대로 적용되기까지 6개월 정도 걸렸다. 모든 강의가 중지되자 집과 회사를 오가는 것 말고는 딱히 할 일이 없었다. 강의는 내 활력소였다. 한 번씩 바람을 쐴 수 있는 시간이었고, 사람들 앞에서 이야기할 수 있는 즐거움까지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코로나’가 그것을 앗아갔다. 강의를 업으로 하는 이들은 더 절망적이었을 것이다. 그들에 비하면 배부른 소리를 하는 것이라는 것을 안다. 하지만, 힘든 것은 힘든 것이다.      


그들도 살길을 찾아 온라인 강의를 연구했다. 모든 공공기관에서도 비대면 강의로 전향했다. 전용 강의실을 만들고 ‘줌’, ‘리모트미팅’ 등 사이트를 활용했다. 나도 시대의 흐름에 따라 비대면 강의 활용방법을 공부했다. 생각보다 어렵진 않았다. 마침 신임 순경들 대상으로 교육할 일이 있어 ‘줌’을 이용해봤다. 첫 시도였지만, 오류 없이 잘 마무리했다. 그렇게 준비를 하던 중 경남 인재개발원으로부터 강의 의뢰가 들어왔다. 진주에 있는 전용 강의실을 이용해도 되고 별도의 공간에서 ‘줌’을 이용해 강의해도 된다고 했다. 진주까지 1시간 20분 정도 걸리기 때문에 개별적으로 접속해서 강의하겠다고 말했다.      


어디서 강의해야 할지 고민했다. 또 자료를 어떻게 올려야 할지도 고민했다. 그러다 4층 직장협의회 사무실에 있는 TV가 떠올랐다. 노트북을 TV랑 연결하여 TV에 자료를 띄우고 강의하면 될 것 같았다. 그땐 획기적이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참 무식한 방법이었다. 노트북과 TV를 연결하는 케이블을 샀다. 집에서 연결에 성공했다. 직장협의회 사무실에서도 연결해 봤다. 안 되면 어쩌나 걱정했는데 다행히 연결되었다. 책상과 의자를 설치하고 카메라 각도를 맞추기 위해 휴대전화 거치대를 설치했다. 사무실에 있는 직장동료와 연결 테스트를 해봤다. 내 목소리가 잘 들리는지, 화면이 잘 보이는지 등을 물어봤다. 괜찮다고 했다. 준비는 끝났다. 단, 온라인 강의가 처음이라 걱정이었다. 수강생들은 각자의 집에서 듣기 때문에 아주 편안한 자세를 하고 있을 것이다. 온라인 강의에 대한 기대치도 낮을 것이다. 그런 이들에게 강의해야 한다는 것이 막막했다. 반대로 기대되기도 했다. 잘 할 수 있을 것 같은 근거 없는 자신감도 들었다.      


강의 날이 되었다. 사무실에 출장 신청을 올리고 4층 직장협의회 사무실에 올라갔다. 4층엔 창고, 강당 외엔 사무실이 없다. 혼자라 그런지 좀 무서웠다. 인재개발원에서 ‘줌’ 링크를 문자로 보냈다. 접속하니 나를 관리자로 지정해 주었다. 열 명 정도 되는 사람들이 이미 들어와 있었다. 그들을 보자 더 긴장되었다. 하지만, 긴장된 표정을 보일 순 없었다. 호흡을 크게 하고 여유 있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강의를 시작했다. 비대면 강의는 상대와 대화하는 것이 어렵다. 상대의 마이크가 작동되지 않을 수도 있고 작동 방법을 모르는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댓글을 이용하기로 했다. ‘예, 아니오’로 대답해야 하는 부분에서는 손을 들어 표현하게 했다. 그들이 댓글로 답을 하면 유튜버처럼 댓글을 읽어주며 감사 표시를 하고 부연 설명을 했다. 강의가 아닌 실시간 방송을 하는 것 같았다. 하다 보니 점점 재밌어졌다. 재미로 인해 운영이 매끄러워지자 참여하는 이들이 늘어갔다. 능청스럽게 떠들어대는 내 모습이 신기했다. ‘혹시 내가 방송 체질인가?’ 하는 우스운 생각도 들었다. 시간이 순식간에 지나갔다. 마무리 인사를 하고 난 후 방에서 빠져나왔다. 멍하면서 아쉬웠다. 

     

그 후 경남 경찰 교육센터에서도 강의 의뢰가 들어왔다. 이번엔 직접 가서 강의했다. 전문 장비가 있는 곳에서 강의하니 훨씬 편했다. 비대면 강의는 신선하고 재미있었지만 역시 강의는 직접 만나서 하는 것이 더 즐겁다. 3년 동안 해 왔지만, 비대면 강의는 여전히 어렵다. 강의를 마치면 긴장감 때문인지 늘 어지럽다. 시대가 더욱 비대면을 요구하겠지만, 나는 사람들을 직접 만나서 강의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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