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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Dec 19. 2023

51. 심리 공부가 하고 싶어

중.고등학교 때, 친구가 많지 않던 나는 집과 학교만을 왕복하며 주로 집에 혼자 있는 시간이 많았다. 혼자만의 시간은 외롭기도 하지만, 여러 가지 장점도 있다. 그중 하나가 책 읽을 시간이 많다는 거다.  침대에 누워 추리 소설을 읽는 시간이 참 행복했다. 추리 소설을 좋아했던 이유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그들의 심리를 읽는 탐정들이 멋있어서였다. 그때부터 사람들의 심리를 추측하는 것을 좋아했다. 마치 탐정이 된 것처럼 사람들의 행동과 마음을 투시해보려 했다. 그런 나에게 심리테스트는 좋은 장난감이었다. 여기저기서 심리테스트 도구들을 모아 친구들에게 실험했다. 이과만 아니었다면 대학 전공으로 심리학과를 지원했을지도 모른다. 공대에 진학 후 자연스레 심리와는 멀어졌다. 대학 재학 중 잠시 심리전공으로 다시 바꿀까 고민해본 적은 있지만, ‘굳이 귀찮게 그럴 필요가 있을까?’ 싶어 생각을 접었다.    


112신고 중 가장 안타까운 신고는 부모와 자녀 간의 갈등 현장이다. 부모는 자녀가 공부는 하지않고 자신들의 말도 듣지않는다며 자식을 포기하려 하고 자녀는 무조건 공부만 시키려는 부모가 이해되지 않는 것이 갈등의 주요 원인이다. 소통의 부재가  폭력으로밖에 이어질 수 없는 것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상담을 권유하는 것 이외엔 도와줄 방법이 없었다.   아들이 아버지를 때린다는 신고 현장에서  아들의 이야기를 들었던 일이 있다.  그가 어렸을때부터 아버지와  어머니는 거의 매일 싸웠고 본인도  아버지에게 욕설을 들으며 폭행을 당했다고 했다. 그가 아버지보다 덩치가 커지자 반항하기 시작했고 폭력까지 쓰게된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그는 여전히 아버지를 두려워했고 부모님이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길 바랬다. 그의 이야기를 조용히 다 들어주었고 힘들었겠다고 위로했다. 그 뒤로 그는 내가 근무하던 파출소 근처를 지날때마다 파출소에 들러 나를 찾았다.


어느 순간 매번 찾아오는 그가 부담스러웠다. 그 후 그를 피하기 시작했고, 그러자 그의 방문은 뜸해졌다.  결국 그는 다시 폭력을 사용했다. 그의 이야기를 다 들어주지 못한것이 미안했다. 아직 부족한 부분이 많다고 느껴 사람들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기위한 공부를 해야겠다 싶었다. ‘무얼 해야할까?고민을 거듭하다 심리상담 공부가 하고싶어졌다. 앞으로 직장에서든 사회에서든 심리는 배워두면 좋을 것 같았다.

  

우선 자격증을 알아봤다. 국가 자격증인 임상 심리사를 취득하고 싶었지만, 상담관련 대학을 나와야하고 상담을 100시간정도 해야된다는 조건이 있어서 포기했다. 민간 자격증은 온라인만으로도 취득 가능했다. 심리상담사, 미술 심리상담사, 미디어중독상담사 자격증을 취득했다. 민간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은 실효성은 없지만, 공부하는 것은 재미있었다. 그것만으로는 갈증이 채워지지 않았다. 더 공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봤다. 온라인 대학 편입이라는 방법이 있었다. 그러다 지인 추천으로 할인받을수 있는 대학을 알게 되었다. 그곳은 한국 열린 사이버대학교다.      


상담심리학과에 3학년으로 편입했다. 온라인 대학이라 쉽게 봤는데 생각보다 할게 많았다. 과제도 많고 난이도도 높았다. 온라인 시험이지만 범위가 넓어 시험치는것도 만만치 않았다. 솔직히 다른 사람들이 온라인 대학을 다닐 때 힘들다고 하면 ‘에이 온라인인데 뭐가 힘들다고 엄살이지?’라고 생각했는데 반성했다  자격증 공부할 때 보다는 확실히 배울 것이 많았다. 그래도, 한계는 있었다. 궁금한 것이 있어도 물어볼 곳이 없으니 답답했다. 2년을 공부했지만, 그 정도로 상담을 이해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대학원을 진학해야 하나?’ 고민하다 마음을 접었다.


전문가가 될것이 아니라면 이쯤에서 그만두는 것이 나을것 같았다. 그래도 하고 싶은 것에 도전이라도 했다는것에 만족키로 했다. 그래도 이전보다는 공부한 것이 도움될때가 많았다. 강의자료를 만들때 듣는 사람들의 입장을 더 생각하며 구성했고, 가족과 대화할때, 직장에서도 잘 들으려 노력했다. 하지만, 아직 심리에 대한 미련을 놓지 못하고 있는것 같다. 영화나 드라마를 볼 때 출연자들의 심리를 들여다보는 것이 재미있는것을 보면 말이다.  아마 언젠간 또다시 공부하게 될것 같은 예감이 강하게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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