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를 내긴 했는데

by 오박사

누군가에게 화를 냈는데 마음이 더 불편해진다면 그건 상대방에게 화가 나서 그런 것이 아닐 수 있다. 분명 상대가 잘못했고 그래서 내 감정을 표출했다. 개운해야 하는데 왜 개운하지 않은 걸까? 그 화는 어쩌면 나 자신을 향한 것일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내 안에 숨어있는 부끄러운 감정, 치부를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 꽁꽁 감추고 싶었던 마음들이 드러날까 봐 화를 내며 그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이다. 그러고 나서 후회가 몰려든다. 화라는 감정은 결국 내가 조절할 수 있는 것임에도 무언가 마음속에 있는 스위치가 눌러진 듯 비슷한 시점에서 툭 터져 나온다. 그것은 내 결점을 드러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며 그럴수록 점점 더 숨어버린다. 그러곤 스스로를 정당화하고 상대가 잘못했다며 큰소리치게 되는 것이다.


곰곰이 생각해 보자. 지금 튀어나온 이 감정이 누구를 향한 것인지. 결점은 오히려 드러내고 인정해야 고칠 수 있다. 계속 감추려 든다면 오히려 피폐해져 가는 것은 나 자신이 될 것이다. 받아들이고 앞으로 나아가야 내가 가진 화에서 벗어날 수 있다. 뭔가 비슷한 시점에서 화를 자주 낸다면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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