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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Jul 11. 2024

25. 뭘 그정도 가지고 그래!!

'뭘 그 정도 갖고 힘들다고 그래', '너 왜 그러는 건데', '뭐가 아프니' 한 번쯤은 가족, 친구, 직장 후배, 자녀에게 해 본 말들이 아닌가! 저 말들은 누구의 기준일까? 그렇다. 순전히 내 기준이다. 내가 봤을 때 뭐 이런 거 가지고의 의미를 담고 있다. 그럼 정말 그들은 아프거나 힘들지 않은 걸까? 아니라는 걸 알 것이다. 그들은 정말 아프고 힘들다. 그러니 그런 말을 하는 것이다. 내가 누군가에게 한 대 살짝 맞아도 아프면서 다른 이를 그것보다 더한 강도로 툭 치며 '뭘 이 정도 가지고'라고 하진 않는가.


타인의 아픔과 고통을 내 기준으로 바라보는 이유가 뭘까? 그것을 바라보는 내 마음이 불편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타인의 감정에 익숙하지 않다. 실은 내 감정조차도 익숙하지 않은 경우가 많다. 특히 그 감정이 조절되지 않는 경우에 더 그렇다. 내 옆의 누군가 마음 아파하는 것을 지켜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때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위로? 격려? 조언? 뭔가를 해줘야 한다고 생각하다 보니 점점 불편해진다.


불편함은 타인의 감정을 외면하고 싶어 지게 만든다. 그러다 보니 그들에게 '뭘 그런 거 가지고'라는 말을 하게 된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일단 이해하려 들지 말자. 아프다고 하면 아픈 줄 알고 힘들다 그러면 힘든 줄 알자. 어설픈 격려, 조언하려 하지 말고 그냥 있는 그대로를 받아들여주자. '그래 힘들지?' 한마디면 족하다. 그들이 원하는 건 내가 힘들다는 것을 알아주는 것과 그냥 옆에 있어주는 것이다. 누군가 나를 알아봐 주는 사람이 한 사람만 있어도 그들은 금세 떨쳐내고 일어날 것이다. 그러니 너무 불편해 말고 바라봐 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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