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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Jul 25. 2024

경찰관인 나도 누를뻔한 피싱 문자

근무 중 한통의 문자를 받았다. 문자 내용은 아래 사진과 같다.

  

이 문자를 받고 나도 모르게 링크를 누를 뻔했다. 스켈레톤이 뭐 하는 곳인지도 모르면서 단순하게 잔여금 때문에 혹한 것이다. 바보같이 몇 분간 이 문자가 진짜일까 아닐까를 고민했다. 솔직히 공돈이 생긴 줄 알고 순간 좋아했다가 살짝 실망했다.


이 문자가 피싱인 이유 몇 가지를 들어보겠다. 먼저 글의 문맥이 안 맞는다. '사용하신 보유금'은 이미 사용한 것을 뜻하는 말인데 그 보유금이 이전되었다고 한다. 다음으로 오타가 많다. '한젼 신청', '미접시', '솔류션' 그리고 링크 주소가 이상하다. 차라리 스켈레톤이라도 들어가 있었다면 더 속았을지도 모를 텐데 말이다. 이도 저도 떠나서 웬만하면 문자에 링크가 포함된 것은 누르지 않는 것이 좋다.


문자를 받을 당시 나는 사건처리를 하고 있었다. 경황이 없는 상태에서 돈에 관련된 문자를 보니 순간적으로 판단이 흐려져 당할 뻔했다. 많은 피싱 피해자들이 '평소에는 알고 있었는데 하필 그때 일하고 있는 중이었어요'라는 말을 많이 한다.


그날 같이 일하던 후배 경찰관이 나의 이야기를 듣자 자신도 한마디 거들었다. 자신이 제주도에 놀러 갔을 때 갑자기 '과태료 통지서' 문자가 왔다는 것이다. '혹시 제주도에서 끊긴 건가?'라는 마음에 문자를 누를 뻔했다고 한다.


이렇듯 피싱 사기는 순간의 틈을 파고든다. 특히 '나는 당하지 않을 것이다.'라고 믿는 이들이 더 위험할 수 있다. 방심은 허점을 만들고 허점은 피해를 만든다. '나도 당할 수 있다'는 마음이 피해를 예방할 수 있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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