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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Jul 28. 2024

42. 이상과 현실의 차이

야간 근무 중 두 건의 가정폭력 신고현장을 다녀왔다. 특이하게도 두 가정 모두 재혼 부부였다. 5년, 7년을 함께 살았는데 욕설과 폭력을 자주 행해왔다고 한다. 한 번의 실패를 경험했으면 두 번째는 신중하게 선택했을 테고 잘 살아야 할 텐데 왜 이런 일이 생기는 걸까?


그것은 이상과 현실의 차이가 아닐까 생각한다. 연인을 만날 때도 우린 그 사람에게서 좋은 점을 더 많이 찾으려고 노력한다. 아니 굳이 노력하지 않아도 내 감정은 온통 그 사람을 향해있다. 그 사람과 함께라면 모든 것이 행복할 것만 같다. 그런데 막상 결혼해 보니 현실적인 문제들이 눈에 보이기 시작한다. 그동안 내가 살아온 환경과 그 사람이 살아온 환경이 너무 다르다. 맞춰야 잘 살 수 있다는 것을 아는데 왠지 내가 더 희생하는 것 같아 너무 힘들다.


현실은 점점 더 이상과 멀어진다. 예전 느꼈던 설렘과 행복은 벌써 우주로 가버린 지 오래다. 점점 지쳐가다가 결국 그 사람과는 맞지 않는 것 같아 헤어지기로 결심한다. 그런데 막상 헤어지고 나니 마음이 허전하다. 누군가 나의 이 빈 마음을 채워줬으면 좋겠다. 그때 나와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을 만난다. 둘 다 이별의 아픔을 가지고 있다. 동병상련의 마음으로 시작했지만 갈수록 그 사람이 마음에 든다. 그 사람은 뭔가 이전의 삶과 다른 삶을 맛보게 해 줄 것만 같다. 잊었던 행복한 꿈을 다시 꾸기 시작하고 그 사람과 미래를 약속한다. 그런데 막상 알을 까보니 또다시 현실적인 문제에 가로막힌다. 두 사람은 후회의 강도가 이전보다 더 크다. '내가 왜 또 이런 선택을 했을까?' 되돌릴 수 없단 생각이 들자 더 화가 나고 결국 그 화는 폭력으로 이어진다.


폭력을 행하는 이들의 상황을 생각해 봤다. 선택도 자신이 한 것이다. 또한 그동안 행복했었을 거다. 잠시 찾아오는 불행들을 내 곁에 있는 사람의 탓으로 돌리는 비겁한 행동은 용서받을 수 없다. 후회는 계속 후회를 낳는다. 아직 이상이 깨어진 것은 아니다. 그러니 두 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의 감정을 생각해 보고 폭력과는 다른 방법으로 함께 현실을 이겨내 보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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