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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Jul 29. 2024

43. 사공이 많아서 산으로라도 가자

ㄷ 자 모양의 회의 테이블에서 끝자리에 앉은 상사와 양 옆으로 도열해 앉은 간부 또는 임원진들, 회의 분위기는 엄숙 그 자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자 회의를 시작합시다, 이 건에 대한 대책을 과감 없이 말해보세요" 그들 중 누가 과감한 발언을 할 것인가? 또한 그들만의 리그에서 어떤 좋은 대책이 나올 수 있을까? 아마 그 자리에 앉은 이들은 끝자리에 앉은 사람의 눈치를 보며 거슬리는 말을 하지 않으려 입을 다물고 있을 것이다. 자신에게 화살이 돌아오지 않기를 바라면서.


끝자리에 앉은 사람의 입맛을 맞추려 하는 듯 듣기 좋은 말만 계속 이어지고 행여 잘못한 것이 있으면 침묵으로 일관한다. 괜히 말했다가 불똥이라도 튀면 어쩌나 싶다. 그렇게 회의는 결국 어제와 똑같은 말만 몇 번 왔다 갔다 하다가 마무리된다. 피곤함만 늘어날 뿐 딱히 좋은 해결책 같은 것은 나오지 않는다.


초등학생들을 똑같이 앉혀놓고 뭔가를 던져준 후 말해보라고 한다면 그들은 신나서 서로 떠들어 댈 것이다. 왜 그런 걸까? 두 그룹의 차이는 무엇일까? 무엇이 그들을 조용하게 만들었을까?


'가만히 있으면 본전이라도 한다'라는 말이 있다. 이 말은 잘난 체 하는 사람이 망신을 당하는 것에서 비롯된 말인데 우린 이 말을 엉뚱하게 쓰고 있다. 그냥 가만있으면 본전이라도 건진다로 오해하는 거다. 하지만, 가만히 있으면 그냥 전진할 수 없다. 그 자리에 계속 머물러 있게 되는 거다. 조직도 마찬가지다.


회의 방식을 바꾸고, 구조를 바꾸고 아이디어를 모든 직원이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바꿔야 한다. 사공이 많으면 산으로 간다? 사공이 많아 움직이기라도 하면 다행이다. 사공이 없어 그 자리에서 허우적대는 것이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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