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민 Aug 01. 2024

46. 꼭 그렇게 따져야만 했니!

아버지와 TV를 보다가 어떤 주제에 대해 논쟁을 한 일이 몇 번 있다. 그때마다 아버지가 틀렸다며 바박 우기고는 굳이 인터넷까지 검색하며 내가 맞다는 것을 입증하려고 했다. 그날의 분위기는 말하지 않아도 눈에 보일 것이다. 누가 옳든 간에 분위기는 서먹해졌고 서로의 마음엔 상처만 남았다.


직장에서나 친구들과의 대화 중에도 이런 일은 종종 일어난다. 누군가 어떤 이야기를 했는데 내가 들은 것과 다르면 '에이 그거 아니야, 사실은 어쩌고저쩌고' 이렇게 치고 들어가는 경우가 많다. 그때 상대방은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해서 기분이 좋지 않다. 순식간에 치고 들어간 나도 괜스레 미안해지지만 굳이 표현하지는 않는다.


네가 맞니 내가 맞니 싸우는 경우도 많다. 결국 누군가가 맞겠지만 그 후유증은 크다. 분명 결론이 났는데도 개운하지가 않다. 중요한 것은 정답을 맞혔다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이야기의 흐름이 깨졌고 둘 간의 분위기도 어색해졌기 때문에 승자도 패자도 없다. 굳이 이겨야 할 필요도 없는 것을 우리는 기를 쓰고 내가 맞다고 우기는 것이다. 이겨봐야 남는 것도 없는데 말이다. 아니다 남는 것이 있다. 어색함과 짜증, 미안함, 심지어는 분노까지. '아! 네 말이 맞네 내가 틀렸다는 것을 말해줘서 고마워!' 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있다면 그 사람은 천사가 분명하다.


대한민국이 금메달을 6개 땄는데 누군가 5개라고 말한다고 해서 그 순간 내가 손해 볼 일이 뭐가 있는가. 금메달이 하나 줄어드는 것도 아니다. 그런데 '무슨 소리야 6개야'라고 끼어들면 그 상황이 어찌 될지는 불 보듯 뻔하다. 나도 이제는 누군가 말하는 것이 틀린 사실이더라도 그냥 고개를 끄덕인다. 그 사람은 결국 자신이 말한 것이 사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다. 그때 그는 나에게 고마움을 느낄 것이다. 모르면 말고. 기분 상하지 않았으면 된 거지 뭐. 

매거진의 이전글 45. 부모는 자녀의 거울이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