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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Aug 02. 2024

47. '싸가지 없다'는 생각

'싸가지 없다'라는 표현은 지극히 주관적인 개념인 것 같다. 나이, 환경, 위치에 따라 누군가에겐 별 일 아니지만 또 누군가에겐 싸가지 없이 보이는 일이 생긴다. 일상적인 발언을 했는데도 싸가지 없는 사람이 되는 경우가 많아 갈피를 잡기가 어렵다. 아마도 그건 그냥 그 사람이 싫은 것일 수도 있다. 그 사람에 대해 먼저 색안경을 끼고 바라봤기 때문에 그의 발언, 행동이 싸가지 없어 보이는 거다.


순경 때 형사계로 발령 난 일이 있다. 어떤 사건의 수사 보고서를 파출소에서 받아야 해서 그 직원에게 직접 전화했다. 인사를 한 후 수사보고서가 안 들어와서 보내주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분명 나는 정중히 말했다고 생각했는데 그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은 듯했다. 나중에 누군가로부터 그가 나를 '싸가지 없는 놈'이라고 말하고 다녔다는 사실을 들었다. 몇 년 뒤 그와 함께 일할 기회가 있었고 그 오해가 풀렸다. 당시에는 나도 모르는 사이 '싸가지 없는 놈'이 되어버린 것이 너무 황당했다. 살면서 그런 말을 처음 들어봤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랬을 것이라 가정해보자. 그는 그날 기분이 좋지 않았을 수도 있다. 그런데 갓 들어온 새파란 순경이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수사보고서가 들어와야 하는데 아직 안들어왔다고 좀 보내주시면 감사드리겠다는 말이 '왜 아직도 수사보고서를 보내지 않았냐'는 말로 들렸을 수도 있다. 또 당시엔 몇년동안 형사계에 순경이 없었다. 그러니 순경으로부터 그런 전화를 받을 일도 없었던 거다. 그런데 하필 내가 전화한 것이다. 이 모든 상황적 신호들이 그에게 나를 '싸가지 없는 놈'으로 만든 것이다.  


이렇듯 주관적인 관념은 상황적인 부분들이 많이 작용한다. 그러니 무언가를 판단하려 할때는 내가 처한 상황과 다른 이들의 의견까지 많은 것을 고려해봐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그를 직접 겪어보는 것이다. 그리고 항상 말을 내뱉기 전에 신중해야 한다. 한 번 뱉은 말은 주워담기 어렵고 그 말이 돌고 돌아 결국 그에게 들어가게 되고 서로간에 오해가 생길수도 있기 때문이다.


또한 주관적인 개념은 개개인의 마음의 강도가 다르다. 예를들어 마음의 강도가 1에서 10이 있다면. 누군가는 1정도의 강도로도 싸가지 없다고 느끼지만 누군가는 8 정도의 강도가 되어야 싸가지 없다 느낄 수 있는 경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그렇게 생각하는데 남 눈치 볼 필요는 없다. 하지만, 내 발언으로 인해 다른 이가 피해를 입으면 그 화는 결국 나에게 다시 돌아오게 되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는 것이다. 속으로 혼자 생각한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하겠는가. 단지 선입견으로 인해 좋은 친구를 얻을 수 있는 기회를 날려버리진 말자는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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