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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Aug 08. 2024

53. 책과 가제트 팔과 사골국

요즘 매일 책 읽기를 3달째 시행해오고 있다. 좋은 글귀가 있으면 태블릿에 기록해 놓기도 했다. 책을 좋아하는 편이어서 셀 수 없이 많은 책을 읽었다. 그런데 누가 "책 좀 추천해 주세요" 또는 "가장 인상 깊게 읽은 책이 뭐예요?"라고 물으면 말문이 막힌다. '어라 뭐였지?', '왜 기억이 하나도 나지 않는 거지?' 그렇게 많은 책을 읽고서도 기억에 남는 것이 없다니 충격이었다. 심지어 지금 읽고 있는 책의 내용도 기억나지 않는다.


'왜 그런 걸까? 혹시 나만 이런 건가? 내가 책 읽는 방식이 잘못된 건가?' 이런 생각을 한 적이 많다. 어떤 이들은 책을 많이 읽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고 속도가 중요하다고 한다. 책을 읽으면서 사색을 해야 한다고 하는데 도대체 그 '사색'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잘 모르겠다. 때때로 책을 읽다 생각에 빠지는 경우가 있지만 그렇게 깊이 있게 들어가진 않는다. '아하 그렇구나'하고 감탄을 하는 구절도 있지만 그때뿐이다. 물론 책이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나의 마음을 다스리게 되거나, 인간의 심리에 대한 내용, 최신 트렌드, 육아, 리더십, 마케팅 등 살아가면서 필요한 것들을 많이 배우고 실제로 활용해 왔다. 그런데도 뭔가 채워지지 않은 듯한 갈증을 느낀다. 책을 읽다 보면 수많은 인생의 고수를 만난다. 그들은 사골국 같은 깊은 맛이 있다. 난 아직 육수를 우려내는 다시마 같은 느낌이다. 그래서 책을 손에서 놓지 못하는 것 같다. 가끔 옛날에 보던 '가제트 형사'라는 만화가 떠오른다. "나와라 만능 가제트 팔" 이렇게 외치면 그 팔은 무엇이든 필요한 것으로 변한다. 그처럼 "떠올라라 책 내용" 이렇게 외치고 싶다. 언젠간 찐한 육수를 뿜어낼 수 있길 기대하며 오늘도 책을 잡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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