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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Aug 16. 2024

61. 포노 사피엔스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져라'라는 글을 책에서 한 번쯤은 접해봤을 것이다. 최근 읽고 있는 책에도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을 알아야 한다'라는 글이 있다. 그런 글을 접하면 잠시 책을 덮어두고 생각하려 시도해 본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의 본질이 뭐지?', '나는 이 일에서 무엇을 얻고 있는 거지?' 하지만, 생각은 오래 이어지지 않는다. 떠오를 듯하더니 갑자기 생각들이 엉키며 안갯속으로 사라진다. 그러곤 스마트폰을 들고 인터넷 검색창을 열어 '00의 본질'이라고 검색한다. 누군가의 생각 또는 정의가 나오면 '아 이런 거였구나'라고 고개를 끄덕이며 그것이 정답인 양 넘어가버린다.  


'나는 왜 생각하는 것이 어려운 걸까?', 아니면 '생각하는 시간이 아까운 걸까?' 생각을 했다 치더라도 또다시 인터넷을 검색해 확인하는 버릇이 생겼다. '나를 믿지 못해서일까?', '아니면 불안해서일까?' 생각에는 정답이 없는데 마치 답을 찾아야 한다는 강박이라도 생긴 걸까? 나와 비슷한 이들이 많을 것이다. 우리 사회는 어릴 때부터 정답을 찾는 법을 가르쳤다. 그렇기 때문에 불안하고 검색을 통해서라도 답을 찾으려 하는 것이다. 그것이 정답이 없는 생각일지라도.  


나는 생각하는 방법을 모른다. 제대로 질문하는 법도 모른다. 그런 것들이 꼭 가르쳐줘야 익히는 것은 아니겠지만 그래도 알려줬으면 좋겠다. 스마트폰이 일상으로 들어오면서 더 게을러졌다. 예전에는 가족과 친구의 전화번호 정도는 외웠었는데 이젠 그마저도 다 잊었다. 점점 바보가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스마트폰을 잘 활용하는 사람이 이 시대에선 능력자다. 그러니 더 검색에 매달린다. 굳이 생각할 필요가 없어졌다.


검색하는 습관이 나쁜 것은 아니다. 하지만 적정한 경계가 필요한 것 같다. '호모 사피엔스' 생각하는 것이 사람의 특징이다. 하지만, 지금 우리는 '포노 사피엔스'가 되어가고 있다. 스마트폰을 신체의 일부처럼 사용하는 것을 말한다. 머리조차 스마트폰으로 채워가고 있다. 점점 생각하는 사람이 없어지는 것이다.


그래서 요즘 펜과 노트를 펼치고 생각을 정리하는 연습을 하고 있다. 만약, 스마트폰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인간으로서 제 기능을 다하기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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