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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Aug 17. 2024

62. 나는 운이 좋은 놈이다

나는 운이 좋은 사람이다. 아버진 지인들에게 늘 내가 선생님 운이 좋다고 말한다. 대학도 잘 갔고, 취직도 잘했고 뭐든 술술 잘 풀린다며 자랑하셨다. 정말 나는 그렇게 운이 좋은 사람인 걸까? 반면에 동생은 선생님 운이 없다고 말한다. 이런 것들이 전부 사실일까? 어떻게 나만 운이 그렇게 좋은 걸까?


실은 운이 좋은 것이 아니라 그렇게 생각하게 된 것이다. 초등학교 때만 해도 여섯 명의 선생님을 만났다. 그런데 아버지가 기억하는 좋은 선생님은 한 명뿐이다. 그럼 나머지 다섯 명은 어디로 갔단 말인가? 동생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아버지가 기억하는 나쁜 선생님은 한 명뿐이다. 그런데 선생님 운이 좋지 않다고 말한다.


그렇다. 운이라는 것은 어느 정도 따라오는 것도 있지만, 우리가 어떻게 받아들이고 기억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나도 그랬다. 나는 주변 사람들에게 "전 늘 운이 좋은 편입니다."라고 말한다. 하지만, 나라고 해서 좋지 않은 일들이 없었을까? 분명 암울한 시절도 많았고 아픔도 많았다. 하지만, 받아들이는 크기가 달랐다. 좋은 것은 좀 더 크게 받아들여 자존감을 키웠고, 나쁜 일은 빨리 잊으려 노력했다. 그렇다 보니 좋은 일들이 더 많이 생기는 듯한 착각이 생기며 나는 운이 좋은 사람으로 인식되어졌다.


그것은 살아오면서 좋은 영향을 끼쳤다. 그렇다고 해서 좋지 않은 일들을 굳이 좋은 일이라고 포장하진 않았다. 단지, 빨리 잊는 것이 정신 건강에 좋다고 생각했고, 그 안에서 배울 점을 찾아 다시 좋은 일로 만들어왔을 뿐이다. 운이 좋다는 생각을 하니 점점 좋은 일들이 더 많이 생기는 것 같았다. 그럴수록 자존감은 올라갔고, 더 좋은 일들을 찾아 움직였다. 나쁜 것을 크게 받아들였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난 해도 안 되는 놈이야'라는 의식이 나를 지배해 아무런 시도도 하지 않았을 같다. 그러면서 점점 나를 수렁으로 몰아넣고 있을 것이다.   


우리는 수많은 기쁨과 아픔을 겪는다. 너무 많아서 제대로 기억도 나지 않는다. 그런데 유독 기억나는 것들이 있다. 우린 어떤 것에 더 비중을 두고 있을까? 내가 더 비중을 두는 쪽으로 나는 움직이게 된다. 그러니 이왕이면 좋은 일에 더 비중을 높이고 '나는 꽤 괜찮은 삶을 살고 있군, 앞으로도 그렇게 될 것 같아'라고 생각해 보는 게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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