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아이는 인사성도 바르고 부모 말도 잘 듣고 너무 착해요. 여태까지 반항 한 번 하지 않고 제 말이라면 모두 따라 주었어요.", "이야 그 집 아이는 정말 순하네요, 좋으시겠어요." 이런 말을 자주 듣는 아이는 속 마음이 어떨까? 아이들이 계속 착하기만 한 것이 과연 좋은 걸까? 그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아이들은 누구나 부모에게 항변하고 싶은 마음이 있고 자신의 말을 부모가 들어주길 바란다. 그런데 착하다는 말을 듣는 아이들은 그 마음을 속에 꽁꽁 감추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나도 어렸을 때 정말 착한 아이로 불렸다. 남동생이 있었지만 부모님의 심부름은 죄다 내가 했고 말썽 한번 부린 적 없다. 그렇게 있는 듯 없는 듯 티 나지 않게 자랐다. 아버진 지금도 지인들을 만나면 우리 첫째는 사춘기 한번 겪지 않고 내 말을 잘 따라주었다고 말한다. 나는 그 말이 너무 듣기 싫다. 정말 착해서 그랬던 것이 아니고 착한 척하며 자라야 했기 때문이다. 나를 그런 아이로 포장해 버리니 그 틀을 벗어나기 어려웠다. 인식이란 것이 무서워서 한 번 그런 인식이 박혀버리니 나도 모르게 그런 척하게 되어 버린 것이다.
그래서 나는 인형처럼 자랐다. 하고 싶은 것도 없었고 할 줄 아는 것도 없었다. 그저 아버지가 시키는 대로 하는 것이 편했다. 수동형 인간으로 자란 것이다. 성인이 되어서도 그 틀에서 벗어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렸다. 이제 난 그렇게 착한 녀석이 아니다. 그런데 오히려 속이 더 시원하다. 이제 내 말을 할 수 있게 되었으니 말이다.
그러니 내 아이가 너무 착하다고 생각된다면 천천히 들여다보자. 천성적으로 착한 아이들도 있겠지만 부모를 실망시키지 않으려고 일부로 자신을 포장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착하다는 의미도 잘 생각해봐야 한다. 단지, 부모 말을 한 번씩 듣지 않는다고 그 아이가 착하지 않은 것은 아니니 말이다. '착하다'는 개념은 어쩌면 부모들의 바람일 수도 있으니 조심스럽게 사용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