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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Sep 09. 2024

85. 비워야 채울 수 있는 세상

한 길을 달려온 사람이 막다른 길에 몰렸을 때 자신이 달려온 길을 버려야 한다면 쉽게 버릴 수 있을까? 아마 힘들 것이다. 여전히 자신의 길을 고집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변화의 바람에 적응하지 못하고 스러져간 이들이 많다.


사람은 자신의 것을 버리기 힘들다. 첫 번째 이유는 아까워서다. 그동안 받았던 찬사와 명성이 더해진다면 더 버릴 수 없을 것이다. 자신의 방식이 틀렸음을 알면서도 아닐 거라고 자신이 옳다고 믿으려 한다. 쥔 것을 버리는 것은 그만큼 어려운 일이다. 두 번째 이유는 두려움 때문이다. 그동안 일궈온 것도 힘들었는데 새로운 것을 하려니 선뜻 바꾸기 어렵다. '내가 과연 할 수 있을까?', '실패하면 어쩌지?', '과연 이 길이 맞는 걸까?' 오만가지 생각으로 머리가 가득 차고 결국 기존의 것을 그대로 가지고 가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다.


예전 필름 카메라에서 디지털카메라로 전환될 당시 필름 카메라는 없어지지 않을 것이라고 고집하던 유명한 회사가 파산한 경우가 있었다. 음악시장도 마찬가지다. 카세트에서 CD플레이어, MP3플레이어, 그리고 스마트폰으로 이어지기까지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그 와중에 스러진 기업들이 부지기수다.


세상은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그런데도 여전히 자신의 것을 고집하는 이들이 많다. 일상에서도 마찬가지다.

지식과 경험이 많은 이들일수록 자신의 것을 버리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그들은 자신의 프라이드가 강하기 때문에 본인이 A를 하고 있으면 사람들이 B를 원해도 A가 더 낫다고 끝까지 고수하려 든다. 하지만, 시장은 B를 원하기 때문에 그들은 소외받게 된다. 하지만, 그들은 A를 못 알아보는 세상을 탓한다. C를 원하는 세상이 와도 고집을 부리다 결국 도태되는 경우도 많다.


오히려 배운 이들일수록 겸손해야 하고 백지상태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들이 제대로 이끌어야 배우는 이들이 제 길을 갈 수 있기 때문이다. B와 C를 원하는 세상에 A를 배우는 그런 일이 일어나선 안되니까 말이다. 비워야 채울 수 있다고 했다. 그러니 내 것을 과감히 내던지고 새로운 지식을 받아들여보자. 앞으로 세상은 계속 D를 넘어 더 많은 것을 요구할 것이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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