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민 Sep 20. 2024

96. 배움에 자만심은 독이다

전국에서 15명의 인원이 모여 2주간 강사양성 교육을 받았다. 15명 중 절반은 기존에 강의를 하던 이들이고 나머지 반은 강의를 생전 처음 접하는 사람들이다. 확실히 강의를 하던 이들은 표정에 자신감이 넘쳐흘렀고 처음 하는 이들은 불안감이 가득했다. 수업에 임하는 자세도 달랐다. 강의하는 이들은 자신들이 아는 것을 내세우려 했고 아닌 이들은 하나라도 놓칠까 싶어 귀를 쫑긋하며 수업에 집중했다.


나는 전자에 속했다. 강의를 13년째 해오고 있기 때문에 자신감이 충만했고 이를 드러내고 싶어 하는 이 중 하나였다. 이 교육은 마지막 날 외부 강사진에게 강의 평가를 받는다. 강사 인증과정이기 때문에 합격, 불합격 여부를 가린다. 이 과정에 도전한 이들 중 조직에서 이름을 알리는 강사들이 여럿 떨어졌다고 들었다. 하지만, 나 스스로의 실력에 자신이 있었기에 두렵지 않았다.


하지만, 자신감은 강의평가 전날 모의 시연장에서 처참히 깨졌다. 자만감으로 만든 강의자료가 프랑켄슈타인처럼 말이 되지 않는 조합의 형태로 만들어져 있어서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없었다. 교수님에게 신랄하게 지적질을 당했고 부끄러워 고개를 들 수 없었다. 대부분 강의를 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지적을 당했다.


여기서 합격의 성패가 나뉜다. 강의를 하던 사람들은 대부분 경력이 10년 정도 되었다. 교수님은 강의경력이 이들보다 짧다. 하지만, 그 분야만 파고든 사람이다. 강사들은 자존심이 세다. 자신보다 경력이 짧은 사람의 말을 쉽게 들으려 하지 않는다. 그래서 지적받은 것을 많이 고치지 않고 자신의 고집대로 평가를 받으려 한다. 결과는 말 안 해도 알 것이다.


15명 중 몇 명이 합격했을까? 그리고 강사경력이 있는 이들은 몇 명이 합격했을까? 합격자 6명, 강사경력 있는 이들 중 합격자는 나 하나다. 자랑하려는 것이 아니다. 내가 합격할 수 있었던 이유는 모든 것을 버려서다. 그동안 내가 알고 있던 지식, 해왔던 강의를 다 버렸다. 교수님 앞에서 발가벗겨진 후 부끄러움에 고개를 들지 못했다. 그리고 내 것을 버리고 철저히 초심자로 돌아가 다시 고민했다. 그러자 보이지 않던 것이 보였다. 나는 내 것을 보여주겠다는 자만심에 가장 중요한 것을 잊고 있었다. '이들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목표가 무엇인가?'


이번 교육에서 정말 중요한 것을 배웠다. 배움에 있어서는 절대로 자만하지 말자. 내가 안다고 제대로 아는 것이 아니다. 늘 겸손한 자세로 바라보아야 제대로 볼 수 있다. 합격한 것은 기뻤지만 솔직히 아직도 간담이 서늘하다. 앞으로 모든 것을 접할 때 늘 처음인 것처럼 바라보려 한다.

매거진의 이전글 95. 10년 전 내가 쓴 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