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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Sep 21. 2024

97. 80년 대생들에게 하고 싶은 말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영화가 문득 떠오른다. 82년생 김지영이라는 여성은 자신의 꿈을 포기하고 아내로서 또 엄마로서 평범하게 살아간다. 하지만, 누구에게도 자신의 진짜 속마음을 털어놓지 못한 그녀는 서서히 병들어간다. 이 영화가 나왔을 때 이런 의문이 들었다. '왜 82년생이지?'


 요즘 자살, 가출 신고가 부쩍 늘었다. 그런데 그중 특이한 것은 자살 의심 신고자 중 가장 많은 연령대가 80년 대생들이라는 점이다. 왜 그런 걸까? 나는 70년대생이다. 우리는 부모님과 선생님에게 맞고 자랐고 그것을 당연한 줄 알고 참았다. 당시 구직 시장도 다양하게 열려 있어서 대부분의 친구들이 직장을 가지고 평범하게 살아가고 있다. 지금은 어딜 가도 70년 대생들이 회사 또는 사회의 주축을 맡고 있다. 그렇다 보니 경제적으로 크게 힘든 일도 없이 그럭저럭 살아간다.  


하지만, 80년 대생들은 일명 '끼인 세대'라고 생각한다. 세상이 바뀌어가는 중심에 서 있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가정폭력, 왕따 등 예전에 암암리에 이루어지던 것들이 사회적으로 크게 이슈가 되어 변하고 있었고 군대에서도 폭력이 사라져 가던 끝자락에 놓여있었다. 또 아래로는 MZ세대가 치고 올라와서 함부로 대하지도 못해 스트레스를 받는다. MZ세대처럼 IT를 능숙하게 다루지 못해 새로운 직업을 갖기도 어렵다. 취직난이 시작되던 시점에 놓여있었고 이래저래 끼여있어 많이 힘든 세대인 셈이다.


물론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대체적으로 시대적 분위기가 그렇다는 말이다. '90년 대생들이 온다'라는 책이 있듯이 그들의 세상은 이전 우리가 보는 세상과 확연히 다르다. 80년 대생들이 혼란스러워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80년 대생들은 30대 중반부터 40대 초반 까지로서 가정을 꾸리고 돈에 대해 어려워할 시기이기도 하다. 그렇기 때문에 힘들지만 이들은 '김지영'처럼 어디 하소연할 곳이 없다.


신고현장에 가보면 이들은 공통적으로 말한다. '내가 가족을 위해 희생하는데', '책임감 때문에 힘들다' 이들은 책임감 때문에 자신을 희생한다고 생각한다. 그런데 가족이 그것을 몰라주니 힘들어하고 그것을 어디 가서 말할 곳도 없다. 그러한 것이 그들을 밖으로 내몰고 있다. 물론 모든 세대가 다 그렇겠지만 내 눈에는 80년 대생들이 유독 그렇게 보인다.


나는 그들에게 말하고 싶다. 힘들면 말하라고 그리고 너무 혼자 짊어지려 하지 마라고 당신들은 잘못이 없다고 말이다. 희생, 책임을 강요한 사람은 없다. 그러니 조금 내려놓고 도움이 필요하면 도움을 청했으면 좋겠다. 아프다고 당당히 말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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