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종민 Sep 23. 2024

99. 나는 아닐 거야

'나는 00 하지 않을 거야'라는 생각은 정말 위험하다. 사이버 범죄 예방 강의 또는 글을 쓸 때 가끔 '그런 거 왜 당하느냐?' '그런 거에 당하는 사람도 있느냐?'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그들은 정말 그런 범죄에서 자유로울 수 있을까? 아닐 것이다. 오히려 방심하는 사람들이 더 위험하다. 사기는 그런 마음의 틈을 파고드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사기는 사람의 마음을 공격하는 심리 범죄다. 이들은 처음부터 돈을 요구하지 않는다. 대부분 투자 사기 같은 경우는 피해자들과 친분을 먼저 다져서 신뢰감을 형성한다. 그 후 자신의 재력을 과시하며 부러움을 유발한다. 그러면서 조금의 돈을 투자하게 한 후 수익금을 맛보게 하고 더 큰돈을 벌 수 있다는 믿음을 심어준다. 이런 것이 사기의 기본 설계 구조다. 


사이버범죄는 오랜 시간이 필요치 않다. 그리고 한 번에 여러 명에게 이루어진다. 낚시처럼 미끼를 던져놓고 그중 걸려드는 사람에게 집중한다. 자녀 납치, 대출, 취직, 승진 등 사람들에게 간절한 것을 공략한다. 또한 환경이 중요하다. 하필 바빠서 다른 것에 신경 쓸 여유가 없을 때 자녀를 사칭하는 전화를 받는다면 생각할 겨를 없이 그들이 시키는 대로 끌려간다. 빨리 해결해야 자신이 하던 일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피싱범들은 이것을 안다. 그래서 계속 몰아친다. 심리적 압박을 가하는 것이다. '빨리 해결해야 한다' '지금 하지 않으면 안 된다' 생각할 여유를 주지 않으려는 거다. 그동안 사이버범죄에 당한 사람들 중 '내가 당할지도 몰라'라고 생각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들 모두 '나는 아닐 거야'라고 생각했다고 한다. 우리가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어쩌면 그런 마음일지도 모른다.   

매거진의 이전글 98. 신 개념 불우이웃 돕기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