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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Sep 26. 2024

102. 내 자식 내가 때리는데

아빠가 딸을 때렸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했다. 딸은 피를 흘리고 있었고 핏자국은 바닥과 벽에 흩뿌려져 있었다. 그 아버지를 경찰서에 데리고 가는데 그는 계속 이렇게 말했다. "내가 내 딸자식 때린 건데 뭐가 문제냐?" "평소에 한 번도 때린 적 없는데 너무 대들길래 훈계 차원으로 그런 거다" 물론 우리 세대는 부모에게 맞고 자랐다. 하지만 그 폭력은 우리 맘 속에 고스란히 흔적을 남겼다.  


폭력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정당화할 수 없다. 그것이 교육적 목적을 담는다 해도 말이다. 폭력은 단지 강자의 위치에 있는 자가 약자를 괴롭히는 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그들은 폭력에 여러 가지 이유를 갖다 붙이며 자신이 정당한 행위를 했다고 생각한다. 힘의 우위로 세상을 정의하려 한다면 우린 더 이상 인간으로 불릴 수 없다. 동물과 같을 뿐이다. 


많은 부모가 아이를 늘 보호해야 하는 존재, 자신의 말을 들어야 살아갈 수 있는 존재로 착각한다. 그렇다 보니 자신의 말을 따라야 하고 반항하는 것을 용납하지 못한다. 실제로 '반항'이라는 단어도 적합하지 않은 표현이다. 아이들은 그저 자신의 의견을 표출했을 뿐인데 어른은 반항이라는 단어로 그들의 의견을 묵살하려 들기 때문이다. 


자녀를 독립된 개체로 보아야 한다. 요즘은 초등학생만 해도 인터넷등을 통해 세상을 안다. 부모의 훈계가 정당하지 않음을 알며 자신을 혼내는 이유를 듣고 싶어 한다. 그럼 일부 부모들은 이렇게 반박한다. "내가 힘들게 돈 벌어서 지들을 어떻게 키웠는데, 그럼 돈도 받지 말라고 그래" 자녀를 양육하는 것은 부모의 의무다. 의무라고 해서 자녀의 생각, 행동 등을 강제해도 된다는 의미는 아니다. 


자녀를 소유물로 보아선 안 된다. 동등한 객체로 보아야 하고 단, 성인이 될 때까지 길을 터주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문제를 더 키울 뿐이다. 갈수록 부모와 자녀 간에 골이 깊어질 것이고 관계를 회복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고 화가 나는가? 그럼 그냥 놔둬라. 대신 나쁜 방향으로 가지 않도록 길만 터주면 된다. 자녀들도 부모가 자신의 울타리라는 것을 안다. 결국 다시 그 울타리 안으로 돌아오려 할 것이다. 우리도 그랬다. 부모가 원하는 대로 크지 않았다. 우리 또한 부모와 다른 하나의 객체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냥 지켜봐 주자. 그들도 부모의 마음을 알고 있다. 


끝까지 책임지려는 것은 욕심이다. 그들 스스로 책임질 수 있게 만들어주는 역할만으로 부모는 할 일을 다 한 것이다. 그러니 조금 내려놓고 기다려주자. 그리고 폭력은 어떠한 경우에도 정당화될 수 없다는 것을 잊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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