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코리아를 읽다 보면 '우와'하는 감탄사가 자주 나온다. 분명 올해의 트렌드를 설명하는데 내가 사는 세상과 다른 세상을 말하는 것 같기 때문이다. '나는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하는 건가?' 싶기도 하고 내 주변 사람들도 대부분 모르던데 '저게 트렌드가 맞는 건가?' 싶기도 하다. 하지만, 트렌드는 그렇게 흘러가고 있는 게 맞는 것 같다. 단지, 내가 관심 없고 사용하지 않았을 뿐이다. 뒤늦게 알게 된 것들을 이용해 보니 꽤 편리한 것들이 많다. 그런 세상을 인지하지 못하고 살아왔다는 것에 위기감이 느껴진다. 그냥 이렇게 살아도 무리 없다고 생각하다가 한 순간 뒤바뀐 세상에 적응하지 못할 것 같아서다.
그래서 매년 트렌드 코리아를 예약 구매한다. 그 외에도 미래 관련 책들에 관심이 많은 편이다. 세상이 이전과 달리 너무 빨리 변하는 것 같다. 언제 나왔나 싶은 것들이 나도 모르게 사라져 있기도 하다. 너무 빨라서 그런지 복고가 유행하기도 한다. 자극과 재미를 찾는 젊은 세대들이 세상을 주도하고 그들이 옛것에서 즐거움을 찾기 때문이다. 복고가 유행할 땐 반갑기도 하지만 우리에겐 새롭지 않다는 것이 서글프다.
가끔 '외계어'같은 것들이 들려올 때가 많다. 그럴 땐 내가 지금 어디 살고 있는 건가 싶다. 요즘은 카톡을 보낼 때 '^^'와 'ㅋㅋ'를 쓰는 것도 조심스럽다. 바로 아재 소리를 듣기 때문이다. 아재가 맞는데도 아재소리를 듣는 것이 부끄러운 세상, 뭔가 이상하다.
나이 들어 세상의 흐름을 따라가지 못하는 이들도 있는 반면, 젊은 사람들 또한 빠름에 적응하지 못하는 이들이 많은 것 같다. 그래서 요즘 '슬로한 하루'와 '보통 하루'가 트렌드에 포함된 듯하다. 너무 빠른 세상은 많은 것을 순식간에 바꾸고 추억이라 부를 틈도 없이 쓸모없음으로 바뀌게 한다. 그 안에 끼인 우리 모두는 언제 내가 쓸모없음이 될까 불안하고 두렵다. 흘러가는 유행뿐 아니라 마치 내가 그렇게 될까 봐 드는 불안감이 트렌드에 뒤쳐지고 싶지 않은 마음을 만들고 무언갈 꼭 해야 할 것 같다. 그런데 뭘 해도 남는 것은 허무함이다.
트렌드에 뒤처지지 않으려는 마음은 좋다. 하지만, 그것을 너무 좇으려 할 필요는 없을 듯하다. 세상의 흐름이 빠를수록 투명해져 가는 나를 온전히 누릴 수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한 것 같다. 산책과 명상, 자연을 찾아 나를 느끼는 시간, 템플스테이 등 빠름 속에 느림을 느낄 수 있는 삶. 어쩌면 이것이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일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