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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종민 Oct 06. 2024

112. 안개속 너머 생각을 찾아

무협지와 판타지 소설을 좋아한다. 손에서 장풍을 쏘고 하늘을 나는 등 초인적인 힘을 동경하기도 하지만 역경을 딛고 강해져서 영웅이 되는 스토리 구조가 좋아서다. 주인공들은 늘 몇 번의 벽을 만난다. 이 벽을 무너뜨리면 무공이 한 층 더 강해지는데 대부분 명상 또는 깨달음을 통해 깨트릴 수 있다.


창의력 또한 마찬가지인 듯한다. 분명 틀을 깨고 싶은데 뭔가 보일 듯하면서도 보이지 않는 것이 안갯속에 가려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책을 읽고 사색을 통해 지혜를 얻어야 한다는데 주제 하나를 놓고 질문을 던져봐도 단편적인 답만 나온다. 


예를 들어 '어떻게 살 것인가?'란 질문을 던지면 아무리 고민해도 '잘 사는 것'에 대한 좋은 답 몇 가지만 떠오른다. 글을 쓸 때도 마찬가지다. 고민에 대한 해결책이라고 쓴 것을 보면 어디선가 본 내용 또는 누구나 다 아는 내용이다. 분명 말하고 싶은 것은 이게 다가 아닌데 도무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생각이 어떤 틀에 갇혀 있는 느낌이다. 틀을 벗어나려고 하면 위험기제가 작동하는지 아님 뇌가 에너지를 쓰기 싫은 건지 딱 거기서 멈춰버린다. 어떤 작가들의 글을 보면 '우와 어떻게 저런 생각을 하지?'라고 할 때가 많다. 그것이 색다른 생각이라는 것을 알아보는 걸 보니 분명 틀 안에 멈춰있는 건 아닌 거 같은데 내가 생각을 하려고만 하면 늘 정답을 찾으려 하는 것 같다. 


생각에 정답이 없음에도 '누군가의 생각과 다르면 어쩌지?' '이게 맞나?' 하는 맘 때문에 쉽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 같다. 책을 읽다가 어떤 문장이 나오면 '이건 이런 의미인가?'라고 떠올리다 인터넷을 검색해 답지를 보듯 해설을 찾아본다. 이런 습관이 생각의 확장을 막는 것을 알면서도 답답해서 참을 수 없다. 


안갯속 너머의 생각들을 들여다보고 싶다. 틀을 깨고 자유롭게 생각을 던져보고 싶다. 그러려면 누군가에게 보여주는 것이 아닌 나만의 글을 써야 할 듯하다. 그것이 말이 되지 않아도 나오는 대로 한 번 써보려 한다. 

내 글이니 답지도 없으니 또 생각하려 들지 않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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