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 모든 것이 서서히 병들어가고 있는 것만 같습니다. 지구는 갈수록 뜨거워지고, 빙하가 녹아내리며 바다의 온도가 높아지고 있습니다. 오염된 물과 땅 위에서 수많은 생명이 숨을 거두고, 야생 동물들은 삶의 터전을 잃은 채 생태계의 붕괴를 마주하고 있습니다. 지금 전 세계는 태풍과 폭우, 폭염, 지진이라는 거대한 아픔을 앓고 있습니다.
그런 와중에도 세계 곳곳에서는 각자의 이념과 이권을 차지하기 위한 참혹한 전쟁이 벌어집니다. 하루아침에 사랑하는 가족과 터전을 잃은 사람들이 피눈물을 흘립니다. 어제까지 웃으며 인사하던 이웃에게 총구를 겨눠야 하는 사람들의 마음 역시 차갑게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어쩔 수 없다'는 체념 속에서 스스로를 갉아먹으며 씻을 수 없는 상처를 남기고 있습니다.
겉보기엔 평화로워 보이는 우리 사회, 대한민국 또한 깊이 병들어가고 있습니다. 일면식도 없는 타인을 향해 범죄를 저지르고, 가정에서 아내와 아이에게 폭력을 휘두르며, 심지어 스스로를 해치는 이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부모와 선생님에게 주먹을 쥐는 어린 학생들, 길을 잃고 방황하는 아이들, 그리고 서로를 탓하며 현실을 부정하기 바쁜 어른들까지. 기본적인 도덕은 희미해졌고, 여전히 획일적인 교육 시스템 속에서 우리 모두의 영혼은 피폐해져만 갑니다.
이토록 병들어가는 세상을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도대체 어떤 약을 처방해야 이 깊은 아픔에서 벗어날 수 있을까요? 사실 지구 환경에 대한 답은 이미 우리 모두 알고 있습니다. 탄소 배출을 줄이려 노력하고는 있지만, 전 세계가 하나 되어 행동하지 않는다면 그 끔찍한 피해는 결국 고스란히 우리의 몫으로 돌아올 것입니다. 전쟁도 마찬가지입니다. 전쟁에는 결코 승자가 없습니다. 이긴다 한들 잿더미 위에는 끔찍한 고통과 상처만이 남을 뿐이며, 결국 또 다른 전쟁의 불씨를 낳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변해야 할까요? 무엇보다 교육 체제의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합니다. 그저 국영수 점수를 높이는 데 급급할 것이 아니라, '인간으로서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라는 삶의 본질을 가르쳐야 합니다. 또한, 마음의 병을 돌볼 수 있는 사회적 대응 시스템을 대폭 강화해야 합니다. 몸에 열이 나면 자연스럽게 병원을 찾듯, 마음이 아픈 이들이 언제든 문턱 없이 도움을 청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무너져가는 우리 사회가 조금이나마 회복의 길로 나아갈 수 있습니다.
평온한 일상을 누리고 있을 때는 미처 깨닫지 못합니다. 내가 아프지 않을 때는 타인의 고통을 알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이제 이 모든 것은 결코 남의 일이 아닙니다. 숨 막히게 뜨거웠던 올여름의 폭염을 잊지 맙시다. 사회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사람들의 분노와 비명을 기억합시다. 우리가 외면하지 않고 똑바로 마주할 때 비로소, 그토록 우려했던 끔찍한 비극을 막아낼 수 있을 것입니다.